다음달 22일 열리는 테슬라의 기술 및 투자 설명회인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테슬라와 손잡은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이 연일 미래 기술 청사진과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맞서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CATL은 최근 상하이에서 중국자동차제조협회 주최로 열린 산업회의에서 니켈, 코발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중국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CATL의 새 배터리는 이들과 전혀 다른 유형으로 알려졌다. 고가의 니켈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아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2일에는 “2030년 이전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배터리 셀을 전기차의 섀시(프레임)와 통합해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발표했다. 다음달 22일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는 테슬라와 손잡고 이른바 ‘100만 마일(160만㎞)’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뛰어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제시할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어느 쪽이든 한국 업체들에는 큰 부담이다.

국내 업계는 CATL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이날 내놓은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2∼3년이 배터리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차세대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리더 위치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한·중·일 3국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을 보면, 한국은 2016년 9.5%에서 올해 34.5%로 1위에 올랐다. 중국은 올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32.9%로 떨어졌고, 일본은 2018년 이후 계속 하락해 26.4%에 그쳤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양극재 소재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2022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2023년 출시 예정인 미국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에 공급한다.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