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해 9월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 근무 당시 춘추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차 유엔 총회 참석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해 9월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 근무 당시 춘추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제74차 유엔 총회 참석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건 신임 외교부 1차관(사진)이 18일 취임 일성으로 "일도양단의 이분법적 세계관으로는 다양한 외교 과제를 풀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국익을 제약하는 여러 난제를 풀어내는 작업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섬세하고 고차원적 전략이 필요한 시기에 국제정치 현실은 우리에게 양극단의 선택을 강요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러한 경직된 방식으로는 국민을 위한 외교를 할 수도 없다"며 "국익을 제약하는 여러 난제를 풀어내는 작업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도양단의 프레임에 의해 외교적 상상력과 혁신이 제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중 갈등이 거세지는 최근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중 양국의 압박에서 벗어나 양자택일이 아닌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관점이 꼬여있는 한·일 관계를 푸는 데도 적용될지 관심이 모인다. 최 차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 시절 일본의 수출규제와 더불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강경한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지난 3년간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누구보다도 외교부 프로정신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며 외교부 직원들을 치켜세웠다. 외교부 공무원 출신이 아닌 '非 외시출신' 최연소 외교차관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그는 "대통령님의 해외순방과 외교 이슈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느낀 외교부 직원들은 명석하고 무엇보다 성실했으며,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늘 귀감이 되었다"며 "저는 이제 외교부의 식구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최 차관은 지난 14일 1차관으로 발탁됐으며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해 별도의 취임식은 하지 않았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