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으로 조금만 더"…20대 소개팅도 '화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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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각종 비대면 모임 활성화
회식·대외활동뿐 아니라 소개팅·미팅도 온라인으로
"'화상 모임'은 소통 이어가기 위한 노력"
회식·대외활동뿐 아니라 소개팅·미팅도 온라인으로
"'화상 모임'은 소통 이어가기 위한 노력"
서울에 사는 대학생 박 모씨(26·여)는 최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소개팅을 했다. 울산에 살고 있는 소개팅 상대 남성 A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서울까지 가는 게 어렵다며 '화상 소개팅'을 제안했기 때문. 처음에는 황당해했던 박씨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제안에 응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옷을 차려입고 집에서 가장 깔끔한 장소를 골라 앉은 박씨는 A씨가 보내 준 링크로 접속했다. 잠깐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이내 실제로 만난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됐다.
A씨가 "방 불빛이 어두워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 앞으로 좀만 더 와줄 수 있느냐"고 하자 박씨는 스탠드를 가져왔다. A씨가 자신이 키우는 반려묘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박씨는 "화질 문제로 상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 화상 대화를 통해서도 서로를 알아간다는 취지의 소개팅은 충분한 것 같다"며 "소개팅 비용을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 눈치를 볼 필요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주변에선 '가벼운 만남' 같아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직접 만나기로 했다.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젊은층 사이에서는 '화상 만남'이 일상이 되고 있다.
직장인 이 모씨(25·여)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3대 3 미팅을 했다"며 "대면 만남이 아니라는 걸 제외하곤 보통 미팅과 다른 점을 못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20대에게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모임이나 만남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획을 지어 사적 공간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미팅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룸 형태 주점은 코로나19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 신촌의 한 주점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코로나에도 개의치 않고 돌아다닌다고 하지만 미팅을 위해 주점을 방문하는 인원은 코로나19 전보다 확실히 줄었다"며 "코로나 이후 매출이 4분의 1로 확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생일파티, 동호회 회식 등 대규모 모임도 20대에게는 온라인이 대세다.
최근 화상으로 진행한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정 모씨(24·여)는 "실시간 채팅 기능으로 축하말을 남기고, 생일자가 받은 선물 언박싱(상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것) 모습을 함께 '웹캠'으로 지켜보는 식으로 파티가 진행됐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또 다른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도 화상 생일파티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초 동호회 회원들과 온라인으로 회식을 한 박 모씨(27·남)는 "각자 원하는 배달 음식을 하나씩 시켜두고 정해진 시간 컴퓨터 앞에 모여앉아 회식을 진행했다"며 "인원이 많아 번호를 부여하고 발언권을 얻으면 얘기하는 식으로 '화상 회식'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원격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비대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의 기저에는 '소통'이 있다. 상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비대면 방식을 통해 충족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2030 세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빠르게 달라지는 문화 양상에 다른 세대에 비해 잘 적응한 결과물이 바로 '화상 만남'"이라며 "소통 문화가 바뀌고 있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 같은 만남 형태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기자/이지민 인턴기자 dong2@hankyung.com
약속한 시간에 맞춰 옷을 차려입고 집에서 가장 깔끔한 장소를 골라 앉은 박씨는 A씨가 보내 준 링크로 접속했다. 잠깐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이내 실제로 만난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됐다.
A씨가 "방 불빛이 어두워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 앞으로 좀만 더 와줄 수 있느냐"고 하자 박씨는 스탠드를 가져왔다. A씨가 자신이 키우는 반려묘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박씨는 "화질 문제로 상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 화상 대화를 통해서도 서로를 알아간다는 취지의 소개팅은 충분한 것 같다"며 "소개팅 비용을 누가 지불해야 하는지 눈치를 볼 필요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주변에선 '가벼운 만남' 같아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직접 만나기로 했다.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젊은층 사이에서는 '화상 만남'이 일상이 되고 있다.
직장인 이 모씨(25·여)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3대 3 미팅을 했다"며 "대면 만남이 아니라는 걸 제외하곤 보통 미팅과 다른 점을 못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20대에게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모임이나 만남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획을 지어 사적 공간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미팅의 성지(聖地)'로 꼽히는 룸 형태 주점은 코로나19 이후 발길이 뚝 끊겼다. 신촌의 한 주점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코로나에도 개의치 않고 돌아다닌다고 하지만 미팅을 위해 주점을 방문하는 인원은 코로나19 전보다 확실히 줄었다"며 "코로나 이후 매출이 4분의 1로 확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생일파티, 동호회 회식 등 대규모 모임도 20대에게는 온라인이 대세다.
최근 화상으로 진행한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정 모씨(24·여)는 "실시간 채팅 기능으로 축하말을 남기고, 생일자가 받은 선물 언박싱(상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것) 모습을 함께 '웹캠'으로 지켜보는 식으로 파티가 진행됐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또 다른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도 화상 생일파티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달 초 동호회 회원들과 온라인으로 회식을 한 박 모씨(27·남)는 "각자 원하는 배달 음식을 하나씩 시켜두고 정해진 시간 컴퓨터 앞에 모여앉아 회식을 진행했다"며 "인원이 많아 번호를 부여하고 발언권을 얻으면 얘기하는 식으로 '화상 회식'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원격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다양한 방식을 통해 비대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의 기저에는 '소통'이 있다. 상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비대면 방식을 통해 충족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2030 세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빠르게 달라지는 문화 양상에 다른 세대에 비해 잘 적응한 결과물이 바로 '화상 만남'"이라며 "소통 문화가 바뀌고 있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 같은 만남 형태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기자/이지민 인턴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