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태양계에서 발견한 최초의 외계 성간(인터스텔라) 천체 '오우무아무아(Oumuamua)'가 사실 수소 얼음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존 학설을 뒤집는 주장이다.

오우무아무아는 2017년 미국 하와이대 팬스타즈 연구팀이 발견한 첫 외계(태양계 바깥에서 온) 성간 천체다. 오우무아무아는 하와이어로 '먼 곳에서 찾아온 메신저'란 뜻이다.

이 천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17년 10월이다. 발견되기 전 9월 9일 근일점(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선 초속 87.7㎞로 빠르게 질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11월엔 화성 궤도를, 2018년 5월엔 목성 궤도, 2019년 1월엔 토성 궤도를 지났다. 2022년엔 해왕성 궤도 밖으로 탈출할 전망이다.

오우무아무아는 가로 30m, 세로 200m 크기로 알려졌다. 팽이가 쓰러지기 전 뒤뚱거리는 것과 비슷한 '비주축 자전'을 한다. 처음에는 소행성 또는 혜성으로 오인됐으나, 형태 궤도 속도 가속도 등을 토대로 학계에서 '최초의 외계 성간 천체'로 정정됐다. 천문연 관계자는 "태양계 내 혜성과 소행성들은 평균 초속 19㎞로 움직이는데 오우무아무아는 태양계 소속이라고 보기엔 속도가 너무 빠르다"라며 "어떤 이들은 아직도 외계인의 우주선이라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오우무아무아의 상상도
오우무아무아의 상상도
2018년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통해 오우무아무아를 관측한 결과 마치 로켓이 엔진 추력을 받아 해당 천체가 가속되는 모습이 보였다. 태양 중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중력 가속현상이다. 이에 따라 오우무아무아는 수소 얼음으로 이뤄져있고, 표면에서 분출되는 기체로 가속된다는 가설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수소 얼음은 아직 인류가 우주에서 발견한 바 없다. 만약 발견된다면, 우주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진 '거대분자운' 중심부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돼왔다. 거대분자운은 수십~수백 광년 크기를 가진 수소 분자 구름을 말한다. 1광년(빛이 1년동안 진행하는 거리, 9조4600억㎞)을 감안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큰 구름이다. 거대분자운은 별의 생성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며 영하 270도에 가까운 극저온이다.

한국천문연구원 티엠 황 선임연구원과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 에이브러햄 로브 교수는 거대분자운의 밀도가 가장 높은 영역에서 수소 얼음덩이가 만들어지는 시나리오를 시험하면서, 수소 얼음덩이가 거대분자운과 성간물질(별 사이 먼지와 기체들)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명을 계산했다. 그 결과 거대분자운에선 수소 얼음으로 이뤄진 성간 천체(오우무아무아)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설령 수소 얼음이 생겼다고 가정하더라도, 태양계에 진입하기까지 기체입자들과 충돌하거나 태양빛을 받아 기화돼 파괴될 수 밖에 없다고 결론냈다. 지구로부터 1만7000광년 거리로 가장 가까운 거대분자운 중 하나인 'GMC W51' 에서 오우무아무아가 탄생했다 해도, 태양계 도달 거리와 시간 등을 감안하면 현재 물리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티엠 황 연구원은 "수소 얼음덩이가 거대분자운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규명하는 것은 천문학의 난제인 '암흑물질'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저자인 로브 교수는 "오우무아무아가 수소 얼음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냈지만, 이 성간 천체가 어떻게 태어났으며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규명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라고 했다. 이번 논문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17일자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