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젠텍 연구원이 진단시약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젠텍 연구원이 진단시약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젠텍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고,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최근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였죠. 진단키트 대부분의 종목이 그렇듯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인한 매출 증가가 기대됐습니다.

2분기 실적은 놀라웠습니다. 잠정실적 공시에서 매출액 241억원, 영업이익 20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29.1%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83.8%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증권가에서 예상한 수치에 한참 못미쳤기 때문입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 회사의 2분기 실적이 매출 1523억원, 영업이익 1188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영업이익만해도 거의 1000억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다만 회사 측은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우선 증권사에서 계산한 매출액 등의 수치는 현재 회사의 시설을 쉬지 않고 돌렸을 때를 가정한 매출액이라는 설명입니다. 매출액 계산에 사용된 진단키트 가격(7~8 달러)도 현재는 조금 낮아졌습니다. 다른 증권사들의 예측도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올해 수젠텍 매출액을 5718억원, 영업이익을 2560억원으로 잡았습니다.

회사 측도 이런 증권사 리포트가 나온 직후 증권사에 전화를 해 실제 실적과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증권사에서 리포트를 내기 전 실적 예상치 등을 회사와 충분히 소통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수치여서 바꾸기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시장과 오해(?)가 생긴 끝에 주가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주가는 고점(6만2200원) 대비 13일 기준 45.4% 하락했죠.

"3분기 더 좋아질 것"

수젠텍은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2분기보다는 3분기에 매출이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선 코로나19 관련 새로운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입니다. 와이바이오로직스와 개발 중인 중화항체 진단키트입니다.

중화항체 진단키트는 기존에 나온 코로나19 진단키트와는 조금 다릅니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했다면 이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중화항체가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중화항체가 만들어졌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안에 들어와도 이를 둘러싸 정상 세포에 침투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항체 진단키트와 미세하게 다릅니다. 항체 진단키트가 바이러스의 침입 흔적을 확인하는 도구라면 중화항체 진단키트는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견뎌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도구입니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코로나19와 같이 장기간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적합한 진단 방법”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중화항체 진단키트를 출시한 곳은 싱가포르의 한 업체를 제외하고 수젠텍이 유일하다”고 말했습니다.

FDA 승인 여부가 관건

3분기 실적의 관건은 항체 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을 수 있는 지 여부입니다. FDA에 평가 자료를 제출한 상황입니다. 최근까지 FDA와 화상 미팅을 하면서 열심히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 일부에서 “FDA 승인이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근거없는 얘기라고 회사 측은 설명합니다. 다만 항원·항체 진단키트에 대한 FDA 승인이 분자진단인 RT-PCR 방식에 비해 어렵다고 합니다. 승인절차가 6월부터 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진단키트에 대해 더 알아보죠. 진단키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분자진단인 RT-PCR, 면역진단인 항체 진단과 항원 진단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RT-PCR 방식은 검사 정확도가 높고 감염 직후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진단키트 안에 담긴 핵산 추출 시약으로 DNA를 추출한 뒤 이를 증폭해 감염 여부를 확인합니다. 씨젠 바이오니아 솔젠트 등이 주로 생산합니다.

정확도는 가장 높습니다. 다만 증폭에 6시간가량 걸리고 값비싼 증폭 장비가 필요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선 쓰이기 어렵다고 합니다.

항체 진단키트는 면역 반응의 결과물인 항체를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항원은 문제가 되는바이러스 자체를 찾는 방식이죠. 수젠텍 피씨엘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등이 전문 생산 업체 입니다. 코로나19 감염 후 항체가 형성되는 기간(보통 감염 후 3~7일)에는 진단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 장비가 필요없고, 10~30분 안에 진단이 가능합니다.

바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정확도가 낮은 면이 있습니다. 수젠텍이 FDA에 긴급 승인을 요청한 것은 항체 진단키트입니다. 다만 미국은 분자진단에 비해 항체진단의 승인을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항체 진단키트는 서류등록(listing)만으로 미국 내 사용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 문제가 생기자 미국 국림암센터(NCI)의 평가를 통해 긴급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미국 NCI의 평가를 통해 기준치를 통과할 경우에만 EUA를 받는 것이죠.

수젠텍은 진단키트 성능 자체는 FDA 기준치를 넘겼지만 NCI 평가 절차상의 문제로 허가가 지연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손 대표는 “미국에서 항체 진단키트 승인을 받은 회사 자체가 얼마 안된다”며 “허가가 날 경우 매출액이 더 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업 영역 꾸준히 넓히는 수젠텍

수젠텍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매출이 일어나는 회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방식의 임신 측정기 등이 대표적이죠. 하나의 디지털 기기만 갖고 있으면 자신의 호르면 변화량을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진단키트를 활용하면 소변을 통해 임신, 배란, 폐경, 피부 트러블 등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 양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진단기기 하나에 센서를 갈아끼워 호르몬을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예전엔 눈으로 임신 사실을 확인했었지만 앞으로는 디지털 기기 안에 임신 테스트기를 넣어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이죠.

손 대표는 “희미하게 그어져있는 선을 보고 어떤 사람은 임신을 했다, 어떤 사람은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각자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며 “이런 판단상의 오류를 잡을 수 있는 기계”라고 설명합니다.

올 하반기 수젠텍은 자회사인 모도리씨를 통해 여성호르몬 5종의 변화량을 소변으로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미 디지털 진단을 이용한 제품을 이미 상용화한 제품도 있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