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전통시장의 청년상인
#1. 지난해 서울의 A전통시장에서 음식점을 시작한 두 형제가 있다. 요리에 관심이 있던 동생의 제안에 형이 합류했다. 40여 년 동안 어머니 삶의 터전이던 포목점 자리에서의 시작은 쉽지 않았다. 지금은 형제의 노력으로 깔끔한 가게로 변모했다. 소고기덮밥 등 다양한 메뉴를 찾는 고객이 꾸준하다.

#2. 서울 B전통시장 청년몰에 입점한 청년이 있다. 목돈이 없어 임대료가 저렴한 조그마한 공간에서 중국집을 시작했다. 기존 중국집에서 주방 보조 생활을 3년이나 했기에 맛과 조리에는 자신이 있었다. 일상에 피곤함이 있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

#3. 전주 C전통시장에서 젊은 사장이 우리나라 전통 문양을 넣은 액세서리, 기념품, 생활 소품 등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여성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개발해 고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관광객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고 인터넷으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국에 1450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서울에는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등 243개가 있다. 서울 자치구(25개)마다 평균 10개가 있는 셈이다. 이제는 재래시장이란 용어를 쓰지 않는다. 2010년부터 관련법 개정을 통해 ‘전통시장’이라고 쓰고 있다. 이에 맞춰 위생, 청결 등 장보기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전통시장에 도전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당근이 있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스스로 그렇게 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하면서 여건이 갖춰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부족한 가운데 시작하고 있다. 청년 상인들은 음식업, 식육점 등은 물론 전통공예, 액세서리, 새로운 레시피의 제빵제과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 남보다 잘할 자신이 있거나 객단가가 높은 업종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청년 상인들은 다양한 시도를 한다. 기존 상업 관행에 의지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활용하고 판매 방식도 바꾼다. 포장 디자인도 새롭게 한다. 매장도 새로 단장한다. 상권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해 소비와 유통 변화도 들여다본다. 경영, 세무 등 필요한 오프라인 교육을 찾아서 배우기도 한다. 이런 청년 상인의 시도가 시장의 변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한 공간의 변화가 옆 공간의 변화를 이끈다.

기존 상인들은 ‘기대와 걱정’ 두 시선으로 청년들을 보고 있다. 우선 인터넷 판매, 다양한 상품 개발 등 새로운 시도를 응원한다. 반면 본인 위주의 근무시간 활용, 조기 업종 전환 등에 대해 ‘끈기 없음’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유통 현장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전통시장에도 온라인, 모바일 활용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날갯짓이 전통시장의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