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5살때부터 운전 가르쳐" 미성년자 알바생에 음주·무면허 운전시킨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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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아르바이트생에게 무면허·음주운전을 시켰다가 사망사고를 낸 직장 상사가 징역 3년6개월을 확정받았다. 운전대를 잡은 알바생도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각 징역 3년6개월과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소년범의 경우 장기와 단기로 나눈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가령 장기 6년·단기 4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면, 최소 4년간 복역해야 하지만 수형 생활을 모범적으로 하는 등 참작 사유가 있을 경우 6년의 형을 마치기 전에 형집행이 종료될 수 있다.
경북 경산시의 한 중국집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9년 3월 미성년자 알바생이던 B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A씨는 B씨에게 “2차를 가자”고 말하며 “네가 운전해라. 우리 아들은 5살 때부터 운전 가르쳤다”고 했다.
A씨는 B씨가 미성년자라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고 술에 취한 상태임을 인지했음에도 자동차 열쇠를 건넸다. B씨는 이에 2차 장소까지 음주·무면허 운전을 했다. 문제는 2차를 마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역시 운전대를 잡은 B씨는 제한속도 시속 70㎞ 구간에서 시속 96㎞로 달렸고, 중앙 분리대를 넘어 운전했다. 결국 추돌사고로 이어져 피해 자동차에 탑승해 있던 2명은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B씨에겐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성인으로서 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며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두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런 음주운전의 습벽을 소년인 B씨에게 전파까지 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해서도 “비록 소년이고 A씨의 권유에 따라 음주·무면허 운전을 했으나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책임이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차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B씨에게 운전을 권유한 사실이 없고,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에도 B씨에게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을 교사했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동정범은 고의범이나 과실범을 불문하고 의사의 연락이 있는 경우면 그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며 “만약 A씨가 2차 장소에서 운전을 권유한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식사장소에서부터 사고 장소에 이르기까지 운전 교사행위는 하나의 행위로 판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A씨가 B씨에게 다시 자동차 열쇠를 주고 운전을 중단하게 하지 않은 한 교사행위 및 위험운전의 의사연락은 이어져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A씨가 2차 장소에서 나오며 직접 카드 결제를 했고, B씨가 운전해 온 차량을 발견하고 스스로 뒷좌석 문을 열어 탑승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B씨도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각 징역 3년6개월과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소년범의 경우 장기와 단기로 나눈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가령 장기 6년·단기 4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면, 최소 4년간 복역해야 하지만 수형 생활을 모범적으로 하는 등 참작 사유가 있을 경우 6년의 형을 마치기 전에 형집행이 종료될 수 있다.
경북 경산시의 한 중국집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9년 3월 미성년자 알바생이던 B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A씨는 B씨에게 “2차를 가자”고 말하며 “네가 운전해라. 우리 아들은 5살 때부터 운전 가르쳤다”고 했다.
A씨는 B씨가 미성년자라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고 술에 취한 상태임을 인지했음에도 자동차 열쇠를 건넸다. B씨는 이에 2차 장소까지 음주·무면허 운전을 했다. 문제는 2차를 마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역시 운전대를 잡은 B씨는 제한속도 시속 70㎞ 구간에서 시속 96㎞로 달렸고, 중앙 분리대를 넘어 운전했다. 결국 추돌사고로 이어져 피해 자동차에 탑승해 있던 2명은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B씨에겐 장기 1년6개월·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성인으로서 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며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두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런 음주운전의 습벽을 소년인 B씨에게 전파까지 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해서도 “비록 소년이고 A씨의 권유에 따라 음주·무면허 운전을 했으나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책임이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차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B씨에게 운전을 권유한 사실이 없고,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에도 B씨에게 음주운전 및 무면허운전을 교사했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동정범은 고의범이나 과실범을 불문하고 의사의 연락이 있는 경우면 그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며 “만약 A씨가 2차 장소에서 운전을 권유한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식사장소에서부터 사고 장소에 이르기까지 운전 교사행위는 하나의 행위로 판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A씨가 B씨에게 다시 자동차 열쇠를 주고 운전을 중단하게 하지 않은 한 교사행위 및 위험운전의 의사연락은 이어져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A씨가 2차 장소에서 나오며 직접 카드 결제를 했고, B씨가 운전해 온 차량을 발견하고 스스로 뒷좌석 문을 열어 탑승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당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B씨도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