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그간의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 수단이 잘못됐다는 '반성문'을 썼다. 민간의 자율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을 돕기보다는 규제 위주로 정책을 펼친 결과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는 진단이다. 앞으로는 수요관리 정책의 무게중심을 규제에서 투자 지원으로 옮기겠다는 게 산업부 계획이다.
19일 산업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6차 에너지이용 합리화 기본계획'(합기본)을 확정 발표했다. 2024년 1억9470만TOE(석유환산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소비량을 에너지 소비효율 향상 등을 통해 9.3%(1820만TOE) 감축하는 게 목표다. 합기본은 에너지 낭비를 막고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5년마다 정부가 수립해 발표하는 중장기 에너지 수요관리 계획이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규제 일변도였던 에너지효율 향상 정책을 투자 지원 위주로 개편하는 것이다. 정책 기조가 변한 건 그간 정책의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2012년 5차 합기본에서 2017년 에너지소비량을 예상치(2억2750만TOE)보다 4.1% 감축한 2억1820만TOE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실제 소비량은 2억3000만TOE로 오히려 소비량이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싶어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을 지원했다면 훨씬 성과가 났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산업부는 앞으로 에너지효율 향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금·세제 지원을 확대해 기업들의 자체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효율개선 사업을 원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저리로 융자를 지원하고, 세액감면 혜택 확대를 추진하는 식이다. 자발적으로 에너지효율 향상 목표를 세우는 기업에게는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관련 진단 주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또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에너지 소비 진단 및 개선명령 권한은 향후 법 개정 등을 통해 지자체에 넘겨준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지자체와 기업이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에너지효율 개선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밖에도 산업부는 올해부터 전력 사용 등 에너지 수요 관련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돕기 위해 관련 센서를 보급하고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력 소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 어디서 에너지가 낭비되는 지 빠르게 알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고효율 전자제품 등을 개발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기술개발(R&D) 지원을 강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에너지절약 관련 점검지표는 분야별로 세분화해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에너지위원회 모두발언에서 “6차 합기본을 통해 에너지 고효율·저소비 경제 기반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