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입한 ‘공공재개발’이 주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동의율 요건이 일반 재개발에 비해 낮다 보니 반대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워서다.

문턱 낮춘 '공공재개발'…주민 갈등 부추기나
19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에 따르면 다음달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가 시작된다. 공공재개발은 LH 등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공공성을 높이고,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를 면제해주는 개발 방식이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압축한 후보지는 49곳이다. 이를 통해 2만 가구 이상의 새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주민들이 공공재개발을 선택하면 조합 설립 절차가 필요없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LH 등 시장·군수가 지정한 개발자가 사업을 시행하면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재개발이 추진위원회 설립과 조합 설립 단계에서 지체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요인이다.

동의율 요건도 확 낮아진다. 조합 설립엔 토지 등 소유자 75%(토지면적 기준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재개발은 토지 등 소유자 66.7% 이상(토지면적 기준은 동일) 동의하면 공공사업시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 아직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나 옛 해제구역에서 사업을 재추진하는 경우 종전 기준보다 10%포인트 낮은 동의율로도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조합이 설립된 곳이라면 조합원 50%의 동의를 얻어 공공기관을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

문제는 완화된 요건이 주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토지 등 소유자 33.3% 이상이 요청하면 정비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주민 3분의 2가 찬성하면 공공재개발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이 반대하면 해제요건도 동시에 충족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