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사단 만난 손경식 경총 회장 "힘센 노조 '한국 특수성' 이해해달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은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데 대해 19일 “사용자를 괴롭히는 국내 노동관계 규정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 EU 대사단 초청 간담회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상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조항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국 노동법·제도의 선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LO 핵심협약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등 노동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EU는 ‘한국이 FTA에 따른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손 회장은 이와 관련해 “비준을 위해선 노사관계 균형을 맞추는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사용자에 대한 일방적인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파업 시 대체근로 전면금지, 노조의 사업장 점거행위에 관한 금지 규정 부재 등 관계 규정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 국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어 “한국의 노동관계 법규는 과거 사용자가 노조보다 우세했을 때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노조가 사용자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손 회장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것과 관련해서는 EU 측의 지지를 호소했다. 손 회장은 유 본부장에 대해 “통상 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글로벌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자 간 자유무역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