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워스 '셰브런' 회장 겸 CEO, 석유시장 좋을 때 M&A 실탄 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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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CEO
남들이 움츠릴 때 효율적 투자
태양열·원전…친환경 포트폴리오 갖춰
가격 안 맞으면 차라리 포기
코로나 상황을 기회로
남들이 움츠릴 때 효율적 투자
태양열·원전…친환경 포트폴리오 갖춰
가격 안 맞으면 차라리 포기
코로나 상황을 기회로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은 요즘 글로벌 석유업계에서 이례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영난에 휘청이는 다른 석유기업을 인수하고, 세계 곳곳에서 신규 유전 사업을 확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에너지 수요가 크게 꺾여 다른 석유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사실상 멈춘 것과는 반대 움직임이다.
셰브런은 그동안 과도한 투자 경쟁을 피해 다른 석유기업들에 비해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인수전에 들어가도 지나친 조건이 붙으면 과감하게 발을 뺐다. 하지만 최근에는 석유업계가 어려워지자 몸값이 크게 떨어진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이를 이끈 게 마이클 워스 셰브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기업이 자산을 늘릴 때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워스 CEO는 CEO 자리에 오른 지 1년 만인 작년 5월 셰일오일 기업 아나다코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당시 셰브런은 아나다코와 330억달러 규모의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발 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이 인수가를 50억달러 높여 부르면서 판도가 변했다. 당시 워스 CEO는 인수 조건을 올리는 대신 협상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당시엔 인수전에 패배한 것처럼 보였지만 1년 뒤엔 호재로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옥시덴탈의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셰브런은 무리한 인수를 벌이지 않은 덕에 비교적 안정된 재무 구조를 지켰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타격으로 휘청이게 된 다른 기업을 싼 값에 사들일 수 있게 됐다.
워스 CEO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신규 투자에도 나섰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효율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셰브런은 지난달엔 텍사스 기반 석유기업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에 인수합병(M&A)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에너지업계에서 나온 최대 규모 M&A 계약이다. 셰브런은 작년 7월 말 대비 거의 절반 값에 노블에너지를 사들였다. 노블에너지가 코로나19 이후 현금난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크게 내렸기 때문이다.
셰브런은 이번 인수를 통해 노블에너지가 보유한 콜로라도 덴버분지와 텍사스 페름분지 등에서 시추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셰브런은 기존에 갖고 있는 페름분지 일대 시추 설비와 파이프라인 등을 활용해 일대 생산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워스 CEO는 “노블에너지가 보유한 유전 등은 운영비가 저렴하고, 당장 단기 투자도 필요하지 않다”며 “재무상황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셰브런은 서아프리카 일대와 지중해 대형 천연가스전 사업도 얻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에 진출한 첫 번째 오일메이저 기업이 됐다. 주로 중동 산유국과 협업하는 오일메이저 기업이 이스라엘과 손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중동과 유럽 등에서 에너지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은 지중해 동부 레비아단 천연가스전을 개발해 중동과 유럽 시장에 가스를 팔 계획이다.
워스 CEO는 “이스라엘이 중동 일대에서 셰브런이 기존에 사업을 하고 있는 몇몇 국가와는 정치적 긴장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셰브런은 어떤 정파와도 관련이 없는 민간기업으로, 역내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석유 외 부문서도 활로 찾아
셰브런은 태양열·태양광 기술과 원자력 기술 등 신규 에너지 사업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동안 석유 수요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각국이 탄소 배출량 규제 등 환경 규제를 확대할 전망이어서 대체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다.
워스 CEO는 “시장 환경을 놓고 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다고 화를 내는 건 의미없는 일”이라며 “불평할 시간에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대응할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셰브런은 지난 13일 이탈리아 에니(ENI),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 함께 핵융합기술 스타트업 잽에너지에 650만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워스 CEO는 “각사와 합심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며 “저탄소 에너지자원에 투자해 셰브런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셰브런은 그동안 과도한 투자 경쟁을 피해 다른 석유기업들에 비해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인수전에 들어가도 지나친 조건이 붙으면 과감하게 발을 뺐다. 하지만 최근에는 석유업계가 어려워지자 몸값이 크게 떨어진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이를 이끈 게 마이클 워스 셰브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기업이 자산을 늘릴 때는 비용 대비 효율이 높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열 경쟁 피해 코로나19 타격 줄여
워스 CEO는 대학 졸업 후 셰브런에서만 40년 가까이 일한 베테랑이다. 1982년 콜로라도대에서 화학공학 학사를 받고 같은 해 셰브런에 디자인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정유, 운송, 마케팅, 사업개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1년엔 아시아·중동·아프리카부문 마케팅 담당 사장에 올랐다. 공급물류망 부문과 정유부문에서 각각 사장을 지낸 뒤 2017년 9월 셰브런 CEO로 선임됐다. CEO 임기를 시작한 것은 2018년 2월부터다.워스 CEO는 CEO 자리에 오른 지 1년 만인 작년 5월 셰일오일 기업 아나다코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당시 셰브런은 아나다코와 330억달러 규모의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발 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이 인수가를 50억달러 높여 부르면서 판도가 변했다. 당시 워스 CEO는 인수 조건을 올리는 대신 협상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당시엔 인수전에 패배한 것처럼 보였지만 1년 뒤엔 호재로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옥시덴탈의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셰브런은 무리한 인수를 벌이지 않은 덕에 비교적 안정된 재무 구조를 지켰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타격으로 휘청이게 된 다른 기업을 싼 값에 사들일 수 있게 됐다.
‘저비용 고효율’ 전략 중시
셰브런은 지난 5월 석유 대기업 중엔 처음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직원 10~15%를 감원하고, 현금 확보를 위해 배당을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19로 각국 공장과 상점 등 영업장이 문을 닫자 석유 수요가 크게 떨어져 내놓은 조치다. 로이터통신은 “셰브런은 에너지업계에서 금융 관리의 ‘표준’으로 통한다”며 “이번에도 에너지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상당한 예산 삭감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워스 CEO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신규 투자에도 나섰다. 비용을 줄이면서도 효율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셰브런은 지난달엔 텍사스 기반 석유기업 노블에너지를 50억달러에 인수합병(M&A)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에너지업계에서 나온 최대 규모 M&A 계약이다. 셰브런은 작년 7월 말 대비 거의 절반 값에 노블에너지를 사들였다. 노블에너지가 코로나19 이후 현금난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크게 내렸기 때문이다.
셰브런은 이번 인수를 통해 노블에너지가 보유한 콜로라도 덴버분지와 텍사스 페름분지 등에서 시추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셰브런은 기존에 갖고 있는 페름분지 일대 시추 설비와 파이프라인 등을 활용해 일대 생산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워스 CEO는 “노블에너지가 보유한 유전 등은 운영비가 저렴하고, 당장 단기 투자도 필요하지 않다”며 “재무상황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셰브런은 서아프리카 일대와 지중해 대형 천연가스전 사업도 얻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에 진출한 첫 번째 오일메이저 기업이 됐다. 주로 중동 산유국과 협업하는 오일메이저 기업이 이스라엘과 손잡은 것은 이례적이다. 중동과 유럽 등에서 에너지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은 지중해 동부 레비아단 천연가스전을 개발해 중동과 유럽 시장에 가스를 팔 계획이다.
워스 CEO는 “이스라엘이 중동 일대에서 셰브런이 기존에 사업을 하고 있는 몇몇 국가와는 정치적 긴장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셰브런은 어떤 정파와도 관련이 없는 민간기업으로, 역내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석유 외 부문서도 활로 찾아
셰브런은 태양열·태양광 기술과 원자력 기술 등 신규 에너지 사업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동안 석유 수요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각국이 탄소 배출량 규제 등 환경 규제를 확대할 전망이어서 대체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다.
워스 CEO는 “시장 환경을 놓고 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다고 화를 내는 건 의미없는 일”이라며 “불평할 시간에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대응할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셰브런은 지난 13일 이탈리아 에니(ENI),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 함께 핵융합기술 스타트업 잽에너지에 650만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워스 CEO는 “각사와 합심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며 “저탄소 에너지자원에 투자해 셰브런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