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석 前애경개발 대표에 1년6개월 구형하며 밝힌 이유 '논란'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협조해 프로포폴 위험성 알렸다는 취지" 해명
양형기준엔 '수사협조'도 감형사유…'상습성'등 가중사유도 있어 선처 불확실
[팩트체크] "프로포폴 위험 알린 점 고려"…검찰의 재벌봐주기?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100여차례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채승석(50)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의 공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취지의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검찰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채 전 대표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면서 "프로포폴이 더 이상 유흥업소 여직원이 피부미용을 하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재벌 남성도 중독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오남용의 위험을 알린 점을 고려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의견진술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검찰이 '재벌'이라는 이유로 프로포폴 상습 투약자를 부적절하게 두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검찰의 논리는 살인범죄는 살인의 위험성을, 성범죄는 성범죄의 위험성을 알렸다는 이유로 선처해야 한다는 것"이라거나 "검찰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을 다 본다.

차라리 재벌 남성이라는 이유로 기소를 하지 말지"라는 반응이 나온다.

◇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프로포폴 위험성 알리는 데 기여"
대체로 여론은 검찰의 구형 이유를 두고 '섣부른 논리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채 전 대표를 선처하려는 의도로 범죄행위인 프로포폴 투약을 '프로포폴 오남용의 위험을 알리는 행위'로 비약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검찰의 '재벌 봐주기'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와 관련, 채 전 대표에 대한 의견 진술의 방점은 피고인이 수사에 협조한 사실에 찍혀 있다는 것이 검찰의 해명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채 전 대표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이로 인해 다른 프로포폴 범죄 수사에 도움이 됐다는 의미로 '프로포폴 오남용의 위험을 알렸다'고 평가한 것"이라며 "문제가 된 의견 내용만 기사를 통해 부각되면서 오해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즉 채 전 대표의 프로포폴 투약행위 자체를 '프로포폴 오남용의 위험을 알리는 행위'로 평가한 것이 아니라, 그가 수사에 협조해 결과적으로 프로포폴 오남용의 위험을 알리는 데 기여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최 전 대표가 수사에 협조한 점은 채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형 이유'에 소개돼 있다.

채 전 대표 구형 당시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자백하고 다이어리와 휴대전화를 제출하는 등 수사에 성실하게 응했다"거나 "초기부터 범행을 자백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해 문제의 성형외과가 운영을 멈췄고 다른 범죄자 등의 구속에 기여했다"는 점을 함께 제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팩트체크] "프로포폴 위험 알린 점 고려"…검찰의 재벌봐주기?
◇ '수사협조', 마약범죄 감형사유 해당…상습투약 등은 가중요소여서 선처 미지수
그렇다면 수사에 협조한 채 전 대표는 선처를 받을 수 있을까? 채 전 대표의 '수사 협조'가 프로포폴 투약자의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감형사유로 작용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법원이 2011년 마련한 '마약범죄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채 전 대표와 같은 프로포폴 투약자의 감형사유는 총 10가지다.

▲ 범행가담 또는 범행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 ▲ 농아자 ▲ 본인 책임 없는 심신미약 ▲ 자수 ▲ 중요한 수사 협조 등 '특별감형사유'와 ▲ 소극가담 ▲ 본인 책임 있는 심신미약 ▲ 마약중독자의 자발적 적극적 치료의사 ▲ 형사처벌 전력 없음 ▲ 일반적 수사 협조 등 '일반감형사유'가 이에 해당한다.

채 전 대표의 경우 감형사유 중 특별감형사유인 '중요한 수사 협조'나 일반감형사유인 '일반적 수사 협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중요한 수사 협조는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보다 중한 유형의 범죄를 수사하는데 협조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그 외 범죄에 대한 수사 협조는 일반적 수사 협조로 평가된다.

당연히 특별감형사유로 인정돼야 감형 가능성은 물론 감형의 폭도 커진다.

하지만 설사 최 전 대표의 수사협조가 특별감형사유로 인정되더라도 법원이 실제로 선처를 해줄지는 미지수다.

채 전 대표가 100여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해 상습성이 인정되고, 범죄를 은폐하려고 진료기록부를 90차례 거짓으로 작성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 형량 가중사유에 해당한다.

또 법원의 양형기준안은 권고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형사사건에서 법원의 양형기준안 준수율을 90.4%지만, 같은 기간 마약범죄 양형기준안의 준수율은 그보다 낮은 83.3%였다.

[팩트체크] "프로포폴 위험 알린 점 고려"…검찰의 재벌봐주기?
◇형사법 이론인 '객관의무' 인정한다면 검찰도 피고인 선처요청 가능
채 전 대표의 수사 협조가 감형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검찰이 법정에서 범죄자의 선처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피고인의 범죄혐의를 규명하는 역할을 맡는 검찰이 오히려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검찰청법에 따라 '공익의 대표자' 역할을 해야하는 검사에게 '객관의무'를 인정할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형사법 이론인 '검사의 객관의무'는 '피고인에 대립하는 형사소송 당사자이면서 동시에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만약 객관의무가 인정된다고 치면 검사는 피고인의 혐의를 규명할 증거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수집해야 한다.

또 피고인의 무죄를 구하는 변론을 하거나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상소나 재심청구도 할 수 있다.

당연히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감형사유를 들어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할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부장검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단, 검사의 객관의무는 '형사법 이론'이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령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이 간접적으로 검사의 객관의무를 인정한 적은 있다.

2002년 2월 대법원이 한 사건 판결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에 해당하는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은폐했다면 검사의 그와 같은 행위는 위법하다"고 밝힌 것은 간접적으로 검사의 객관의무를 인정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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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