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가 쌍용자동차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가 성사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쌍용차가 제 궤도에 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AAH는 다음달 인수 제안서를 제출하겠다는 의향을 매각주관사 측에 전달했다. 이 회사가 쌍용차 경영권을 인수할지 또는 소수 지분을 매입하는 수준에 그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HAAH가 자신들의 유통망을 통해 쌍용차 브랜드 차량을 미국에 판매하기 위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AAH는 2014년 설립된 자동차 유통업체로, 중국 체리자동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르면 내년 중국 체리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반타스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 계획이다. 반타스 외 다른 브랜드 차량을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데, 유력 후보 중 한 곳이 쌍용차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HAAH가 연매출 2000만달러(약 230억원)에 불과해 쌍용차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쌍용차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꾸준히 신차를 내놓으려면 개발비만 5000억원가량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체리차 또는 다른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쌍용차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더라도 경험 부족으로 제대로 운영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쌍용차는 “투자하겠다고 공식 의사를 밝힌 곳은 물론 아직 실사를 진행한 업체도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지만, 투자가 성사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연내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2009년에 이어 또다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1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2분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적자(-1171억원)를 냈다.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가 계속기업으로서 의문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2분기 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했고, 한국거래소는 쌍용차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지분율 74.7%)은 쌍용차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지난 1월에는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석 달 뒤인 지난 4월 돌연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자금만 지원하겠다고 방향을 바꿨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신규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도병욱/이상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