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과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잠실과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개정한 부동산 취득세율이 최고 20%까지 오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주택자가 고급주택을 살 땐 중과세율이 이중으로 적용되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1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2일 개정·시행된 ‘지방세법’엔 이 같은 내용의 조문이 신설됐다. 다주택자의 취득세 중과세율(12%)에 고급주택 중과세율(8%)을 중복 적용하는 게 골자다. ‘7·10 대책’이나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엔 안내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고급주택은 전용 연면적 245㎡(복층은 274㎡)를 넘는 아파트나 빌라 등을 말한다. 단독주택은 건물의 연면적이 331㎡를 넘고 건축물과 부속토지의 시가표준액이 6억원을 초과할 경우 고급주택에 해당한다. 정부는 그동안 고급주택과 별장 등에 대해선 기본세율(1~3%)에 8%포인트를 더한 취득세율을 적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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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이 크게 오르면서 다주택자의 고급주택 취득세도 덩달아 크게 오르게 됐다. 종전엔 3주택 이하일 때 주택가격에 따라 1~3%, 4주택 이상인 경우 4%의 세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조정대상지역 2주택 취득세율을 8%로, 3주택 이상은 12%로 중과하도록 각각 인상했다. 2주택자가 세 번째 집으로 고급주택을 취득할 경우 ‘중과+중과’ 형태의 세율이 적용되는 셈이다.

김성일 영앤진회계법인 회계사는 “신설된 조문은 바뀐 다주택 중과세율에 기존 고급주택 중과세율을 더하라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신방수 세무법인 정상 세무사는 “3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고급주택을 사는 경우 12%의 중과세율에 고급주택 중과세율 8%을 더해 20%의 취득세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고급주택에 드는 전용 245㎡ 초과 단지는 많지 않은 편이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이나 반포동 ‘반포자이’도 가장 넓은 면적대가 전용 244㎡다.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압구정동 ‘현대7차’나 가락동 ‘송파롯데캐슬파인힐’ 등은 가장 넒은 주택형이 각각 전용 245㎡와 263㎡다. 중과 대상이다.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고급주택은 모두 7건이다. 국내 최고급 공동주택으로 꼽히는 서초동 ‘트라움하우스3차’는 지난 2월 전용 273㎡가 40억원에 손바뀜하면서 최고가를 찍었다. 현재 2주택자가 같은 가격에 이 집을 산다면 취득세만 8억원(20%)을 내야 한다.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 등을 더하면 실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더 늘어난다. 바로 옆 ‘트라움하우스2차’ 전용 266㎡는 바뀐 세율 적용 전날인 지난달 10일 25억원에 실거래됐다.

이 같은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은 은근슬쩍 이뤄졌다. 당초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10 대책 발표 직후 대표발의한 개정안엔 ‘고급주택의 취득세율을 최고 20%까지 적용한다’는 규정이 주요 내용으로 명시됐다. 그러나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안을 반영해 가결한 수정안의 주요 내용엔 이런 설명이 빠졌다. 기존 세법과 개정안, 수정안의 조문을 대비표로 일일이 비교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행안위는 법안 심사보고서에서 “일반 주택 취득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 고급주택이나 별장보다 높아진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급주택과 별장도 보유 주택수에 따라 세율을 인상한다”는 근거를 댔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법 개정이 잦은 데다 취득세는 7개월 만에 다시 개정돼 세무사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깜깜이 개정이 이뤄질 경우 세금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