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자신의 사택 인근에서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다는 의혹으로 각종 비판에 휩싸인 전광훈 목사(사진)가 앞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직을 사퇴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교계 일각에선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실제와는 달리 담임목사 직을 내놓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19일 공개된 '주진우의 주기자' 유튜브 채널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두 달 전 감옥을 갔다 왔는데 감옥에서 나는 우리 교회(사랑제일교회) 목사직을 사퇴했다"고 했다. 이어 "교회 공동회의를 통해 수석 부목사가 담임목사 대행을 하고 있다. (목회, 코로나19 대응 관련) 담임목사 대행이 다 하고 있지, 저는 우리 교회 사표가 정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이던 시기 담임목사 직을 사퇴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전광훈 목사가 수감생활 중 담임목사 직을 사퇴했다는 시기라고 언급한 '두 달 전'과 전광훈 목사가 구속된 시기는 일치하지 않는다. 전광훈 목사는 총선 국면이던 지난 3월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구속됐다가 4월20일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한경닷컴> 확인 결과 전광훈 목사는 이같은 주장과 달리 현재도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가 사퇴하고 박모 수석 부목사에게 담임목사 직을 넘겼는지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담임목사 직을 계속 전광훈 목사가 맡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돼 있다.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 대행이라고 지목한 박모 수석 부목사 역시 여전히 부목사 직함으로 공지돼 있다.

때문에 전광훈 목사가 책임 회피용으로 교회 담임목사에서 물러났다는 주장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주도한 대규모 광복절 집회에 대한 책임 회피용이란 지적이다.

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은 '현 상황에서 전광훈 목사가 책임 회피용으로 이같은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판단된다. 지금까지 그런(담임목사 직 사퇴) 얘기를 전혀 들어본 적 없다"면서 "사랑제일교회는 전광훈 목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광훈 목사는 교회 정관에 '사랑제일교회 헌금은 모두 전광훈 목사가 마음대로 쓰도록 돼 있다'고 말해왔는데 정관도 고쳤는지 묻고 싶다"며 "이른바 '순국결사대'가 문제 됐을 때도 총사령관 이은재 목사가 뒤집어쓰려 한 적 있는데 이번도 같은 방식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