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이 든 것으로 추정된 차를 마신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가운데 그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이 이송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독일로 옮겨 치료하려던 인권단체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21일 로이터통신은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아르미슈를 인용해 "나발니를 치료하고 있는 시베리아 병원의 주치의가 환자 상태가 불안정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는 친인척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며 그의 이송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 비정부조직(NGO)인 ‘시네마 포 피스’ 재단은 나발니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하는 응급 항공기를 띄우겠다고 밝혔다. 의료진과 전문가들이 항공기에 동승해 그를 이송할 계획이었다.

나발니는 전날 시베리아 한 공항에서 차를 한잔 마신 뒤 비행기에 올라 모스크바로 향하던 중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고 현재 위중한 상태다.

아르미슈는 "나발니가 차(茶)에 섞인 무언가 때문에 중독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날 아침부터 나발니가 마신 것은 차밖에 없고, 의사들이 말하길 뜨거운 액체에 섞인 독극물이 더 빨리 흡수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수십 차례 투옥된 전력이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운동가다.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도록 길을 연 지난 6월 러시아 개헌 국민투표를 '쿠데타', '위헌'이라고 비판해왔다.

나발니는 작년 7월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상태에서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하기도 했다. 당시 그의 주치의는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중독됐다"는 소견을 밝혔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