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스스로 재정운용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법안을 이미 여러 건 발의했다. 다음달 기재부의 재정준칙 최종안이 공개되면 이를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나랏빚 급증하는데…'재정준칙' 발목잡는 與

민주당 “재정준칙 도입 철회해야”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21일 ‘재정준칙 도입 철회 촉구’ 보도자료를 내고 “기재부의 재정준칙안 국회 제출은 상당한 파장을 부를 것”이라며 “극심한 정치적 논쟁을 부르고 국가적 역량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에 따르면 기재부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목표를 담은 재정준칙안 작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발표 시기와 방법 등을 두고 내부 조율 중이다. 다음달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함께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지난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 시점에서 재정준칙을 만들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생긴다”며 “국가재정운용의 발목을 스스로 잡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극복과 복지 확충 등을 위해 확장재정을 주장하고 있는 여당이 공개적으로 기재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홍 부총리는 “걱정하는 내용을 고려해 검토하겠다”며 “당과도 필요하면 협의할 기회를 갖겠다”고 답했다.

통합당은 연달아 도입 법안 발의

통합당은 재정준칙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기재부가 공개할 안을 두고 여야가 국회에서 맞붙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가채무비율 45%를 초과하면 세계잉여금을 채무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쓰도록 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2%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내놨다. 윤희숙 통합당 경제혁신위원장도 국가재정법을 발의하고 “문재인 정부는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다”며 “지속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고 있는데 당장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정치권에서 벌어질 논란을 우려해 법안 제출이 아니라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 제시로 추진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가채무비율 한도 수치를 구체적으로 담는 대신 선언적 구호 정도만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합당 관계자는 “기재부가 법제화를 포기한다면 여당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계속 관련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채무비율 높아지는데…

정치권 밖에서도 재정준칙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예결특위는 최근 2019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서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폭을 이유로 “재정준칙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감사원도 지난 6월 감사보고서에서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2개국이 재정준칙을 운영 중이다.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도 이전 정권에선 재정건전화법을 앞장서 발의했다. 2016년 12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신규 국가채무를 전년도 국내총생산(GDP)의 0.35%로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의원 36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