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위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 없애라"
법무부의 정책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을 없애는 내용의 법개정을 권고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낙태를 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데 따른 조치다.

양성평등위는 2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형법 개정안과 대책에 대한 권고’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여성이 평등하고 건강하게 임신과 임신중단, 출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태아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출생·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쪽으로 법과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며 “낙태의 비범죄화를 위해 형법 27장(낙태의 죄)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지난해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12월까지 대체입법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조항이 위헌임이 명백하지만, 즉각 무효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해당 조항의 효력을 존속시키는 것이다. 헌재 결정 취지를 감안해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주장이다.

양성평등위는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 UN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이 공통적으로 규정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권리’를 존중 및 구현해야 한다”며 “국제기구들이 우리 정부에 낙태의 비범죄화를 공통적으로 권고한 사실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사유로 낙태를 하고 있고, 사법기관이 실제로 적발·기소·실형을 부과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어 실효성이 매우 적다”며 “그럼에도 낙태를 한 많은 여성들이 범죄자로 처벌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도덕적 비난을 겪고 있어, 그 영향으로 여성들이 성관계와 혼인 임신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오늘 양성평등위의 권고안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이번 권고사항을 비롯해 추가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입법 시한(올해 12월31일) 내에 차질 없이 후속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