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문화살롱] 견우·직녀 잇는 오작교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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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석'의 인문학
독수리자리·거문고자리 두 별
16광년 거리…걸어서는 31억년
밤하늘 별자리는 변함없는데
지구 공전 탓 1년에 한 번 '착시'
시인마다 애틋한 '러브스토리'
고두현 논설위원
독수리자리·거문고자리 두 별
16광년 거리…걸어서는 31억년
밤하늘 별자리는 변함없는데
지구 공전 탓 1년에 한 번 '착시'
시인마다 애틋한 '러브스토리'
고두현 논설위원
![[고두현의 문화살롱] 견우·직녀 잇는 오작교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07.14250991.1.jpg)
은하수 양쪽의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이야기는 또 얼마나 애틋한가. 소치는 목동과 베 짜는 여인의 러브 스토리는 한·중·일 3국이 다 좋아하는 시적 드라마다. 은하수에 다리가 없어 애태우는 둘에게 까마귀와 까치가 오작교(烏鵲橋)를 놓아준다는 얘기도 눈물겹다.
견우와 직녀가 사는 곳은 어디쯤일까. 견우성(牽牛星)은 은하수 동쪽 독수리자리에 있는 알타이르(Altair)다. 지구에서 16.7광년 떨어져 있다. 태양보다 약 2배 크고 10.6배 밝다. 직녀성(織女星)은 은하수 서쪽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다. 지구와 25광년 거리에 있고, 태양의 2.3배 크기에 밝기는 34~40배나 된다.
이들은 어떻게 만날까. 실은 만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바라보기만 한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우리 위치가 바뀌어 그렇게 보일 뿐이다. 칠석 무렵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두 별의 각도 때문에 극적 상봉과 같은 착시가 일어난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견우·직녀 잇는 오작교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A.23560116.1.jpg)
하늘과 땅의 시간이 이렇게 다르다. 모든 게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 보인다. 연암 박지원도 시 ‘칠석’에서 ‘소 모는 소리 구름까지 들리더니/높은 산 밭두둑 푸르게 걸어놓았네/견우직녀는 어찌 오작교만 건너나/은하수 저쪽에 배 같은 달 있는데’라고 노래했다.
중국 시인들은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점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작자미상의 고시 ‘초초견우성(超超牽牛星)’에 나오는 ‘은하수는 맑고도 얕은데/ 떨어진 거리 얼마나 되랴/ 찰랑이는 물 하나 사이로/ 그리워도 말을 건네지 못하네’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가네코 미스즈의 ‘칠석 무렵’은 ‘아무리 늘리고 늘려도 아직 멀어서/밤하늘의 별, 은하수/언제쯤이면 닿을 수 있을까’라는 안타까움을 ‘소원을 적어 매달아놓은/오색의 예쁜 종이가/바래서 쓸쓸한 조릿대나무 가지’라는 아픔과 함께 녹여낸다.
이 모두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별의 애절한 사랑을 인간 삶에 투영한 시다. 미묘하게 다른 듯하면서도 상상력의 예각을 먼 우주 영역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인공위성·탐사선 이름도 '우리별' '오작교'…
우주를 향한 인류의 항해는 인문과 과학의 두 항구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최초의 인공위성 이름은 ‘우리별’이다. 광대무변의 우주공간에서 별들의 신비를 탐구하는 첫 관측위성이라는 의미와 잘 어울린다.중국이 달의 뒷면에 착륙하기 위해 쏘아올린 우주 통신중계위성 이름은 ‘췌차오(鵲橋·오작교)’다. 이 덕분에 지구와 교신이 가능했고, 달 뒷면 탐사에 성공했다. 달 탐사선 ‘창어(嫦娥)’는 달의 궁전에 사는 전설 속의 여신 ‘월궁항아(月宮姮娥)’에서 따온 이름이다. 일본도 우주탐사선 이름에 ‘하야부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창공을 나는 ‘매’라는 뜻이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