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문화살롱] 견우·직녀 잇는 오작교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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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석'의 인문학
독수리자리·거문고자리 두 별
16광년 거리…걸어서는 31억년
밤하늘 별자리는 변함없는데
지구 공전 탓 1년에 한 번 '착시'
시인마다 애틋한 '러브스토리'
고두현 논설위원
독수리자리·거문고자리 두 별
16광년 거리…걸어서는 31억년
밤하늘 별자리는 변함없는데
지구 공전 탓 1년에 한 번 '착시'
시인마다 애틋한 '러브스토리'
고두현 논설위원
시인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밤하늘의 긴 별무리에 ‘은하수(銀河水·은빛 강물)’라는 멋진 이름을 붙이다니! 같은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은하’ ‘천하(天河)’ ‘천천(天川)’이라고 부른다. 순우리말 ‘미리내’는 ‘용(미르)이 사는 시내’이니 더욱 아름답다.
은하수 양쪽의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이야기는 또 얼마나 애틋한가. 소치는 목동과 베 짜는 여인의 러브 스토리는 한·중·일 3국이 다 좋아하는 시적 드라마다. 은하수에 다리가 없어 애태우는 둘에게 까마귀와 까치가 오작교(烏鵲橋)를 놓아준다는 얘기도 눈물겹다.
두 연인이 하늘에서 만나는 칠월칠석은 좋은 숫자 ‘7’이 겹친 길일(吉日)이다. 이날 저녁에 오는 비는 두 사람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다음날 동틀 무렵에 내리는 비는 이별을 아파하는 슬픔의 눈물이다. 그래서 칠석 빗물을 약수 삼아 목욕하는 풍습이 전해져 온다. 중국에서는 칠석을 ‘연인의 날’이라 해서 데이트를 즐긴다. 일본에선 조릿대에 단자쿠(短冊, 소원을 적어 매단 종이)를 걸고 복을 빈다.
견우와 직녀가 사는 곳은 어디쯤일까. 견우성(牽牛星)은 은하수 동쪽 독수리자리에 있는 알타이르(Altair)다. 지구에서 16.7광년 떨어져 있다. 태양보다 약 2배 크고 10.6배 밝다. 직녀성(織女星)은 은하수 서쪽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다. 지구와 25광년 거리에 있고, 태양의 2.3배 크기에 밝기는 34~40배나 된다.
이들은 어떻게 만날까. 실은 만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바라보기만 한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우리 위치가 바뀌어 그렇게 보일 뿐이다. 칠석 무렵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두 별의 각도 때문에 극적 상봉과 같은 착시가 일어난다.
두 별 사이의 거리는 약 15.7광년에 달한다. 까막까치가 놓은 오작교의 길이도 그만큼 길다. 빛의 속도로 달려서 16년, 사람의 평균 도보속도(시속 5.5㎞)로는 31억 년쯤 가야 닿는 거리다. 시인들의 상상력은 이런 시공간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조선 중기 여성 시인 이옥봉은 ‘칠석’이란 시에서 ‘만나고 또 만나는데 무슨 걱정이랴/뜬구름 우리네 이별과 견줄 수 없네/하늘에서 아침저녁 만나는 것을/사람들 일 년에 한 번이라 호들갑을 떠네’라며 우리 눈을 우주의 시각으로 확장시켰다.
하늘과 땅의 시간이 이렇게 다르다. 모든 게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 보인다. 연암 박지원도 시 ‘칠석’에서 ‘소 모는 소리 구름까지 들리더니/높은 산 밭두둑 푸르게 걸어놓았네/견우직녀는 어찌 오작교만 건너나/은하수 저쪽에 배 같은 달 있는데’라고 노래했다.
중국 시인들은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점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작자미상의 고시 ‘초초견우성(超超牽牛星)’에 나오는 ‘은하수는 맑고도 얕은데/ 떨어진 거리 얼마나 되랴/ 찰랑이는 물 하나 사이로/ 그리워도 말을 건네지 못하네’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일본 현대 시인 다카바타케 고지는 ‘칠석 비 내리는 밤하늘에’에서 ‘천구에/아름다운 곡선/우주색의 리본/내가 떠 있는 밤하늘과/당신이 사는 지상/서로 이어져 있어요’라는 구절로 천상과 지상의 화음을 연결한다.
가네코 미스즈의 ‘칠석 무렵’은 ‘아무리 늘리고 늘려도 아직 멀어서/밤하늘의 별, 은하수/언제쯤이면 닿을 수 있을까’라는 안타까움을 ‘소원을 적어 매달아놓은/오색의 예쁜 종이가/바래서 쓸쓸한 조릿대나무 가지’라는 아픔과 함께 녹여낸다.
이 모두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별의 애절한 사랑을 인간 삶에 투영한 시다. 미묘하게 다른 듯하면서도 상상력의 예각을 먼 우주 영역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사흘 뒤면 칠석이다. 똑 같은 밤하늘이지만 누군가는 은하수 양쪽에서 서로를 부르는 두 별의 표정을 각별하게 바라볼 것이다. 별을 관찰하는 최고의 방법은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수많은 시인의 문학적 영감도 거기에서 나왔다.
중국이 달의 뒷면에 착륙하기 위해 쏘아올린 우주 통신중계위성 이름은 ‘췌차오(鵲橋·오작교)’다. 이 덕분에 지구와 교신이 가능했고, 달 뒷면 탐사에 성공했다. 달 탐사선 ‘창어(嫦娥)’는 달의 궁전에 사는 전설 속의 여신 ‘월궁항아(月宮姮娥)’에서 따온 이름이다. 일본도 우주탐사선 이름에 ‘하야부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창공을 나는 ‘매’라는 뜻이다.
kdh@hankyung.com
은하수 양쪽의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이야기는 또 얼마나 애틋한가. 소치는 목동과 베 짜는 여인의 러브 스토리는 한·중·일 3국이 다 좋아하는 시적 드라마다. 은하수에 다리가 없어 애태우는 둘에게 까마귀와 까치가 오작교(烏鵲橋)를 놓아준다는 얘기도 눈물겹다.
두 연인이 하늘에서 만나는 칠월칠석은 좋은 숫자 ‘7’이 겹친 길일(吉日)이다. 이날 저녁에 오는 비는 두 사람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다음날 동틀 무렵에 내리는 비는 이별을 아파하는 슬픔의 눈물이다. 그래서 칠석 빗물을 약수 삼아 목욕하는 풍습이 전해져 온다. 중국에서는 칠석을 ‘연인의 날’이라 해서 데이트를 즐긴다. 일본에선 조릿대에 단자쿠(短冊, 소원을 적어 매단 종이)를 걸고 복을 빈다.
견우와 직녀가 사는 곳은 어디쯤일까. 견우성(牽牛星)은 은하수 동쪽 독수리자리에 있는 알타이르(Altair)다. 지구에서 16.7광년 떨어져 있다. 태양보다 약 2배 크고 10.6배 밝다. 직녀성(織女星)은 은하수 서쪽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다. 지구와 25광년 거리에 있고, 태양의 2.3배 크기에 밝기는 34~40배나 된다.
이들은 어떻게 만날까. 실은 만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바라보기만 한다. 지구의 공전에 따라 우리 위치가 바뀌어 그렇게 보일 뿐이다. 칠석 무렵 우리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두 별의 각도 때문에 극적 상봉과 같은 착시가 일어난다.
두 별 사이의 거리는 약 15.7광년에 달한다. 까막까치가 놓은 오작교의 길이도 그만큼 길다. 빛의 속도로 달려서 16년, 사람의 평균 도보속도(시속 5.5㎞)로는 31억 년쯤 가야 닿는 거리다. 시인들의 상상력은 이런 시공간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조선 중기 여성 시인 이옥봉은 ‘칠석’이란 시에서 ‘만나고 또 만나는데 무슨 걱정이랴/뜬구름 우리네 이별과 견줄 수 없네/하늘에서 아침저녁 만나는 것을/사람들 일 년에 한 번이라 호들갑을 떠네’라며 우리 눈을 우주의 시각으로 확장시켰다.
하늘과 땅의 시간이 이렇게 다르다. 모든 게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 보인다. 연암 박지원도 시 ‘칠석’에서 ‘소 모는 소리 구름까지 들리더니/높은 산 밭두둑 푸르게 걸어놓았네/견우직녀는 어찌 오작교만 건너나/은하수 저쪽에 배 같은 달 있는데’라고 노래했다.
중국 시인들은 견우와 직녀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점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작자미상의 고시 ‘초초견우성(超超牽牛星)’에 나오는 ‘은하수는 맑고도 얕은데/ 떨어진 거리 얼마나 되랴/ 찰랑이는 물 하나 사이로/ 그리워도 말을 건네지 못하네’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일본 현대 시인 다카바타케 고지는 ‘칠석 비 내리는 밤하늘에’에서 ‘천구에/아름다운 곡선/우주색의 리본/내가 떠 있는 밤하늘과/당신이 사는 지상/서로 이어져 있어요’라는 구절로 천상과 지상의 화음을 연결한다.
가네코 미스즈의 ‘칠석 무렵’은 ‘아무리 늘리고 늘려도 아직 멀어서/밤하늘의 별, 은하수/언제쯤이면 닿을 수 있을까’라는 안타까움을 ‘소원을 적어 매달아놓은/오색의 예쁜 종이가/바래서 쓸쓸한 조릿대나무 가지’라는 아픔과 함께 녹여낸다.
이 모두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별의 애절한 사랑을 인간 삶에 투영한 시다. 미묘하게 다른 듯하면서도 상상력의 예각을 먼 우주 영역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사흘 뒤면 칠석이다. 똑 같은 밤하늘이지만 누군가는 은하수 양쪽에서 서로를 부르는 두 별의 표정을 각별하게 바라볼 것이다. 별을 관찰하는 최고의 방법은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수많은 시인의 문학적 영감도 거기에서 나왔다.
인공위성·탐사선 이름도 '우리별' '오작교'…
우주를 향한 인류의 항해는 인문과 과학의 두 항구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최초의 인공위성 이름은 ‘우리별’이다. 광대무변의 우주공간에서 별들의 신비를 탐구하는 첫 관측위성이라는 의미와 잘 어울린다.중국이 달의 뒷면에 착륙하기 위해 쏘아올린 우주 통신중계위성 이름은 ‘췌차오(鵲橋·오작교)’다. 이 덕분에 지구와 교신이 가능했고, 달 뒷면 탐사에 성공했다. 달 탐사선 ‘창어(嫦娥)’는 달의 궁전에 사는 전설 속의 여신 ‘월궁항아(月宮姮娥)’에서 따온 이름이다. 일본도 우주탐사선 이름에 ‘하야부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창공을 나는 ‘매’라는 뜻이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