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15일 만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 기간을 더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금지 조치 연장 요구가 거세다는 점도 고려했다.

금융위, 공매도 금지 연장 '가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지금 여러 경제 상황을 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조금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아직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기재부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사전 조율 없이 갑자기 공매도 연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엄연히 합의제 행정기구로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는 위원 간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를 놓고 금융위가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가르마’를 잘 타준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투자자에 대한 응원’을 당부하면서 공매도는 이미 경제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며 “외부에서 먼저 나서 금융위의 부담을 덜어준 셈”이라고 짚었다.

금융위는 그동안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검토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14일부터 증시 변동성이 다시 커진 점을 예의주시했다. 실물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안정이 중요해졌다는 것도 공매도 금지 연장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다음달 8일엔 한국증권학회 주최로 공매도 제도 개선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린다. 같은 달 15일 금지 조치가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청회 직후인 10~11일이나 14일께 임시 금융위에서 공매도 금지 연장을 포함한 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앞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거래대금의 99%를 차지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린다. 이에 우선 개인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개인이 공매도 주식을 손쉽게 빌릴 수 있도록 대주시장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업틱룰’ 등 일부 규제를 손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업틱룰은 공매도 시 시장거래가격(직전 체결가격) 밑으로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등 업틱룰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조항이 12가지에 달해 외국인 등이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