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살리기보다 접겠다"…파산 신청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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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신청 '최대'
1~7월 625건…2년전보다 36%↑
7월에만 103건…"경제위기 심각"
1~7월 625건…2년전보다 36%↑
7월에만 103건…"경제위기 심각"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앞을 민원인들이 오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A.23557984.1.jpg)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전국 14개 법원의 법인파산 접수 건수는 625건으로 집계됐다. 매년 1~7월 기준, 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3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566건)과 비교하면 10.4%, 2018년 동기(461건)와 비교해선 35.5% 증가했다. 개인파산 신청은 2만9007건으로,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코로나에 '백기' 든 中企…"빚 줄여줘도 회생 힘들어 파산 신청"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인삼 등 건강기능식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K사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파산’을 신청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여행객이 현저히 줄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늘어나서다. 회사 측은 “2017년 회사를 설립해 나름대로 수익을 내며 착실히 성장해 왔는데, 현재 거래처인 여행사들이 모두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더 이상 은행에서도 운영자금을 빌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회사 살리기보다 접겠다"…파산 신청 '최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8/AA.23559277.1.jpg)
여름철 이례적 파산 신청 급증
K사처럼 코로나19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고 파산을 신청하는 중소기업과 영세업체가 늘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14개 법원이 접수한 법인파산 신청 합계는 총 625건으로 매년 1~7월 기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6~7월만 놓고 봐도 역대 최대치다. 7월 전국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103건으로 작년 7월(81건) 대비 27.1%, 2018년 7월(68건)과 비교하면 51.5% 급증했다.법인파산 신청은 보통 기업 감사보고서가 나온 후인 5월이나 추석 이후인 10~11월에 많이 한다. 지난달 접수된 법인파산 건수는 올해 5월(96건)과 작년 10월(78건)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업은 통상적으로 채무(빚)를 조정해 일단 회사를 살리는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먼저 고려한다. 그래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파산절차에 들어간다. 그러나 최근엔 처음부터 ‘파산’을 염두에 두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기업인이 많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올 들어 법인파산 신청이 법인회생 신청을 크게 웃돈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보다는 해외로 나가기 위해 법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회생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최근 법인파산, 법인회생 신청은 대부분 코로나19와 관련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에서 다시 회사를 살려내느니 아예 접고 외국에서 (기업을) 하겠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수원지법에 파산 신청 증가
올해 법인파산 신청의 또 다른 특징은 유독 수원지방법원에 많이 몰렸다는 것이다. 7월의 경우 전국 법인파산 신청 건수 103건 중 20건이 수원지법에서 이뤄졌다. 서울회생법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6월에도 전체 법인파산 신청의 20%가량이 수원지법에 몰렸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