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우 PD/사진=CJ ENM
박신우 PD/사진=CJ ENM
조금 달라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길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가더라도 괜찮다는 것. 그것에 결코 잘못이 아니라는 것.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16부의 이야기를 통해 전한 메시지였다.

간결하지만, 철학적인 메시지를 시청자들이 쉽고, 편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을 터. 특히 이를 화면으로 구현해 내는 건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SBS '질투의 화신', tvN '남자친구' 등 전작을 통해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 뿐 아니라 톡톡 튀는 유머까지 인정받았던 박신우 PD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했다.

김수현의 복귀작이자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었고, 서예지에 대세 오정세까지 쟁쟁한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시작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클 수 밖에 없는 작품을 마친 박신우 PD는 한경닷컴과 서면 인터뷰에서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기대에 못미쳐 죄송하고, 끝나서 아쉽고 그렇다"면서 솔직한 종영 심정을 전했다.

박신우 PD와 일문일답


▲ 마지막까지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받았다. '사이코'를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이해서 신선하지만 특이해서 불편한 드라마이기도 해서 드라마의 개성을 어느 정도로 살리고 혹은 감추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적정선을 찾으려고 애썼는데, 극 중 상태가 승재에게 하는 대사 중에 그런 대사가 있어요. '그럼 맹탕이지. 네 맛도 내 맛도 아니지…' 저한테 하는 말 같아서 뜨끔하고 그랬습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사진=CJ ENM
'사이코지만 괜찮아'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사진=CJ ENM
▲ 김수현의 복귀작이자 대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제작 단계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큰 관심을 받았다. 연출자로서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감은 작품의 크기나 배우들의 스타성 혹은 작가의 유명세와 상관없이 늘 연출자의 몫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끝까지 시작하던 시절의 마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면 누군가는 알아준다는 걸 선배들을 보면서 또 제 적은 경험에서 느꼈습니다.

▲ 그렇다면 부담감을 어떻게 해소했을까?

부담감을 없애는 법은 모르지만 부담감을 안고서 끝까지 열심히 마무리하는 습관은 꾸준히 몸에 익히려 합니다. 작품에 임하면서 갖게 되는 부담감보다는 작품을 할 수 없을 때의 상실감이 몇배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을 생각해 보면 그 부담감이 꽤 근사하기도 합니다.

▲ 각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들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시청자들에게 전해 준다면?

여러분들이 매체를 통해 보시게 되는 배우들의 연기는 때로 꽤 훌륭하고 또 때로 꽤 볼품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매체를 통해 보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그 배우들의 뛰어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경쟁과 오디션 뭐 그런 복잡한 단계들을 거치며 그 역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은 얼마나 이 바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인지 쉽게 감이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드라마에는 꽤 훌륭한 건 기본이고 엄청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 대거 자리해 있습니다. 그들은 제 입장에서 이 바닥의 정수중에 정수입니다. 그들의 연기를 매일 현장에서 마주하면 이 바닥의 일원으로서 참말 제 행운에 감탄하게 됩니다. 동문서답같지만 나름 의미있는 답변이라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김수현 PD/사진=CJ ENM
'사이코지만 괜찮아' 김수현 PD/사진=CJ ENM
▲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결국 '조금 달라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였는데, 단순하지만 철학적인 내용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화면으로 구현해 내는 것이 숙제였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식으로 해결해 나갔는지?

질문처럼 요령있게 명쾌하게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렇게는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봤을 때 이해가 가지 않거나 이상해보이는 사람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혹은 일정 사건을 겪고나서 이해와 공감을 동반하고서 바라봤을 때 그가 멀쩡해보이는, 혹은 아름다워 보이는 방식을 서사에서나 촬영에서나 반복적으로 사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보다 좋은 방법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여전히 찾는 중입니다.

▲ 주52시간, 코로나 등 제작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동화를 비롯해 공을 들인 화면들이 등장했다. 솔직히 '포기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안들었나?

제가 존경하는 선배가 계신데 (SBS '유령', '수상한 가정부', '비밀의 문', tvN '두번째 스무살' 등을 연출한) 김형식 감독님이라고…최악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저도 포기하고 싶을 때 항상 그 선배를 떠올립니다. 엄청난 성공을 이룬 드라마의 첫 촬영과 마지막 촬영, 실패를 겪은 드라마의 첫 촬영과 마지막 촬영에서 그 선배의 모습은 그냥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매번 더 노력하지 못했다고 자책했습니다. 일이 시작될 때의 모습은 한결 같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끝날 때의 모습은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약한 사람이라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선배를 떠올립니다. 그렇게 떠오르는 부끄러움, 분명히 포기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라는 생각, 이걸 아껴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 이런 것들로 겨우겨우 버티곤 합니다.

▲ 큰 관심을 받았고, 마지막엔 시청률이 올랐지만 '수치가 낮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작들이 워낙 좋은 반응을 얻어서, 개인적으로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지.

팩트를 말씀드리자면 제 전작들이 시청률이 대박이 난 예는 없습니다. 물론 이번 드라마의 시청률이 가장 낮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도 이번에도 정말 항상 아쉽습니다. 그런데 '좀 더 잘 나왔어야 되지 않나' 싶어 아쉬운 게 아니라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다' 싶어서 아쉬운 겁니다. 늘 그랬는데 다음에는 좀 더 잘하고 싶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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