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보선의 정치적 비중이 커지면서 여야의 대선 시계도 함께 당겨지고 있지만 야권 잠룡들은 '관망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권과 달리 유의미한 정치 세력과 대중 지지도를 가진 유력주자가 없다는 게 근본 원인이지만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에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온통 쏠리다 보니 이들의 설 땅이 좁아진 탓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무성 전 의원은 국회를 떠나면서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마포모임'을 결성했지만 이렇다 할 대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포모임은 오는 25일 김형준 명지대 교수를 초청해 '어떻게 집권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할 계획이나 특정 주자를 염두에 둔 자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다 잊혀질라'…김종인에 눌려 기 못펴는 야권 잠룡들
유승민 전 의원도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뒤 칩거하며 저서 집필에 몰두해왔다.

최근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새 사무공간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권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

홍준표 의원은 잠룡군 중 유일한 원내 인사임에도 복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운신이 제한적이다.
'이러다 잊혀질라'…김종인에 눌려 기 못펴는 야권 잠룡들
'이러다 잊혀질라'…김종인에 눌려 기 못펴는 야권 잠룡들
야권 잠룡들의 이같은 행보는 총선 이후에도 당권 경쟁과 맞물려 경쟁열기가 식지 않는 여권과 대비된다.

'잠수'가 길어지면서 존재감이 옅어지다 못해 일부 인사는 '와병설'까지 나돌았다.

김종인 위원장은 당 안팎의 '꿈틀이'들을 향해 하반기를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튀어나올 것"을 요구했지만, 9월을 앞두고도 큰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총선 참패 후 비대위 체제를 통해 개혁과 쇄신 이미지로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됐지만, 내부에선 지나친 '고요함'으로 선거국면에서 정당의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당내 상황을 반영하듯, 당장 서울시장 주자도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나경원 전 의원은 최근 용산구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개인적 사유라고 선을 그었다.

동작구 사무실은 그대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러다 잊혀질라'…김종인에 눌려 기 못펴는 야권 잠룡들
선유도에 '정치학교'를 열고 활동 중인 김세연 전 의원은 합리적 개혁보수 이미지로 주변에서 서울시장 출마 권유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암중모색만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김종인 위원장이 인선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과 김선동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중 누구도 본인이 직접 의사를 밝힌 바는 없다.

김 위원장의 강력한 카리스마 속에 친박, 비박이라는 계파 프레임 자체가 맥을 못추는 데다 서울시장 경선의 '뒷배'가 되어줄 잠룡들마저 김 위원장과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어 먼저 치고나갈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용태 전 의원은 이달 중으로 캠프 사무실 열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