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미래와 현재가 평행우주처럼…무게감 더한 '시간 추격' 액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첩보 액션 ‘테넷’(사진)이 오는 26일 국내 개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극장가에 선보이는 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놀란 감독의 작풍은 첨단기술을 이용해 관객들을 미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에서는 가상의 범죄도시 고담, ‘인셉션’에서는 꿈의 영역, ‘인터스텔라’에서는 미지의 우주로 이끌고 갔다.

‘테넷’에서는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세상으로 인도한다. 미래의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다.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이란 물리학적 개념을 도입해 전혀 새로운 구성과 액션을 펼친다.

미래에서 만든 인버전 기술을 갖고 현재로 오면 총이나 차량 등도 직전 과거로 돌릴 수 있다. 가령 총탄으로 뚫린 구멍에 빈 총구를 갖다대면 총알이 쏘기 전 상태인 총으로 들어간다. 만일 그 통로에 사람이 있다면 총알을 뒷면부터 맞게 된다. ‘터미네이터’ 등 이전 SF영화들이 극중 현재로 미래 요원들이 뚝 떨어지는 것이라면 ‘테넷’은 시간 이동 과정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악당 사토르(케네스 브레너 분)는 인버전 기술을 습득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 든다. 사토르가 일으킬 제3차대전을 막는 작전에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와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로버트 패틴슨 분)이 뛰어든다.

양측의 싸움에는 총탄을 앞으로 쏘는 부류와 인버전 기술을 적용해 총알을 거꾸로 회수하는 세력이 함께 등장한다. 차량 추격전에서도 전진하는 자동차와 거꾸로 달려가는 차가 충돌해 뒤엉킨다. 미래와 현재가 한 공간에 평행우주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놀란 감독의 액션 신은 묵직한 무게감을 드러낸다. 가벼운 CG(컴퓨터그래픽)를 최소화하고 실제 액션의 타격감을 포착한다. 비행기가 격납고에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도 CG 대신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

영화는 빅브러더가 통계정보를 통해 인간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현재의 우리들에게 다른 행동을 주문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사토르와 대결하는 요원들과 협력자 캣은 서로의 생각을 절대 알려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기술이 발전한 시대에는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는 ‘자유’가 무기일 수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