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만 "맞겠다"…러 정부, '스푸트니크 V' 백신 2상 뒤 승인

러시아인 절반 이상이 최근 자국이 자체 개발해 세계 최초로 공식 승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전(全)러시아여론연구센터'(브치옴) 대표 발레리 표도로프는 22일(현지시간) 한 포럼에 참석해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18세 이상 성인 1천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42%는 백신을 접종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반면, 52%는 접종받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표도로프는 소개했다.
러시아인 52%, 자국 개발 백신 접종 거부…"두렵고 믿음 안가"
그는 접종 거부 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백신을 "두려워하거나 믿지 않으며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1일 자체적으로 개발해온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 백신은 현지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것으로 겨우 2차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에서 국가 승인을 받았다.

백신의 명칭은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로 정해졌다.

현지 보건부는 지난 15일 백신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백신 등 신약은 소수의 건강한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1단계 임상시험(1상)부터 다수의 접종자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지 검증하는 마지막 3단계 임상시험까지 거친 이후에 등록과 승인이 이뤄진다.

그러나 스푸트니크 V의 경우 이례적으로 3상을 건너뛰었을 뿐만 아니라 1상 및 2상 임상시험 대상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 소장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는 지난 16일 최대 3만명의 모스크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3상에 해당하는 '등록 후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라트비아에 본부를 둔 러시아어 인터넷 언론매체 메두자는 지난 13일 3천여명의 러시아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24%만이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백신을 접종받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75%는 백신이 너무 짧은 시기에 개발됐고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접종받을 준비가 안됐거나 의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인 52%, 자국 개발 백신 접종 거부…"두렵고 믿음 안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