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절반 이상은 최근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의향이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는 지난 11일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다.

23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전(全)러시아여론연구센터(브치옴)의 발레리 표도로프 대표는 전날 한 포럼에 참석해 18세 이상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52%가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42%였다.

표도로프 대표는 "스푸트니크V를 접종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들은 백신의 효능을 불신하거나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라트비아에 본부를 둔 러시아어 인터넷 언론매체 메두자가 벌인 설문조사에선 24%만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겠다고 응답했다. 75%는 백신의 효능이나 안전성에 의구심이 있거나 백신을 접종받을 준비가 안됐다고 답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가 개발한 백신이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백신 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3상 임상 시험을 건너뛴 채 2차 임상시험만 마친 후보물질에 대해 국가 승인을 내줬다. 1상과 2상 임상시험은 짧은 기간 한꺼번에 진행된데다 38명만 대상으로 이뤄졌다. 러시아는 1상·2상 시험에 대한 결과 자료도 국제 학술지 등을 통해 공개하지 않았다. 의혹이 계속되자 가말레야 연구소 측은 최대 3만명을 대상으로 사실상 3상 격인 '등록 후 시험'을 시행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 백신을 놓고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효과와 안전성 등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러시아 백신에 대해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스푸트니크V를 두고 "백신 효과와 안전성이 제대로 입증됐는지 심각하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초'가 되는게 아니라 안전한 백신을 내놓는게 중요하다"며 "백신 안전성을 입증할 3상 임상 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드 야쿱 영국 서식스대 과학정책연구단 박사는 "러시아 백신은 반쪽짜리"라며 "맹물보다 딱히 나을 게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