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기업·가계가 보유한 달러예금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미국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달러예탁금이 급증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0년 7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국내 거주자의 달러예금 잔액은 762억2000만달러로 6월 말에 비해 27억6000만달러 늘었다. 달러예금 잔액은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거주자 달러예금은 내국인과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이 은행에 맡긴 달러예금을 말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의 달러예금이 603억달러로 전달에 비해 23억1000만달러 늘었다. 개인은 159억2000만달러로 4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지난달 기업과 개인이 보유한 달러예금 잔액도 모두 사상 최대였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 달러예탁금이 급증한 데다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금액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 거래 계좌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돈이다. 달러예탁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주식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뜻이다.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를 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증가한 결과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월 1일~8월 19일 누적으로 국내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112억5641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작년 같은 기간(14억1438만달러)에 비해 695.8% 늘어난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1월 1일~8월 19일 누적 순매수 결제금액 상위 1위는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13억6418만달러)로 나타났다. 애플(10억4121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6억3434만달러),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4억891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안전자산인 달러를 모으려는 개인과 기업들의 수요가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내부에 쌓아둔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