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발길도 줄어
다른 곳은 줄줄이 문 닫아
코로나19는 노인과 노숙자를 위한 무료 급식소 풍경까지 바꿔놨다. 이날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원각사 노인 무료 급식소’에선 노인들에게 주먹밥과 요구르트를 비닐봉지에 담아 제공했다. 종로구청 직원이 체온을 측정하고 연락처를 적으면서 배식했다. 급식소가 마련한 200인분의 배식은 30분이 채 되기 전에 동이 났다.
이곳을 운영하는 자광명 보살은 “매일 비빔밥을 만들어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는 게 보람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먹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급식소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18일 주먹밥으로 메뉴를 바꿨다. 많은 사람이 같은 공간에 모여 밥을 먹는 게 우려돼서다.
급식소를 찾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기는 분위기다. 17일만 해도 7명이었던 자원봉사자는 18일 2명, 19일 1명, 20일 2명 등으로 줄었다. 그나마 이날은 5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손을 도왔다. 자광명 보살은 “제대로 밥을 하고 배식하려면 최소 10명이 필요한데 일손이 줄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부금도 바닥을 보인다”며 “적자 상태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 급식소는 정부 지원 없이 후원과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모인 노인들은 코로나19 이후 끼니 해결이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한 노인은 “무료 배식을 중단한 곳이 많다”며 “저녁은 굶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사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무료 급식소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잇따라 운영을 중단했다. 공휴일과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1000여 명의 식사를 제공하던 청량리의 밥퍼나눔운동본부는 2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문을 닫는다. 주 3회 무료 급식을 하던 한 비영리단체도 지난주부터 배식을 잠정 중단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에 따라 문을 닫는 급식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무료 급식소 관계자는 “무료 급식이 아니면 하루 끼니를 굶으실 분이 많아 걱정되지만 방법이 없다”며 “취약계층이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