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했던' 보통 동네 교회가 3년 만에 이 지경이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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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산사태 보는 장위동 주민들 '탄식'
"관리처분인가·박근혜 탄핵 계기로 교회 변해…처음부터 전광훈 싫어한 건 아냐" "보수적인 건 알았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앞집 옆집 사는 평범한 이웃들이 다니던 곳이에요.
동네 사람들 다 나간 자리에 정체불명 사람들이 와서 먹고 자니 이 지경이 된 거죠."
사랑제일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연일 확산하는 가운데 이 교회가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를 매개로 3년 사이 완전히 바뀐 동네 분위기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24일 여러 장위동 주민의 증언을 종합하면, 사랑제일교회는 오래전부터 인근 장위동과 석관동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보통 '동네 교회'였다.
장위동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한 70대 할머니는 기자에게 "순한 교회였어. (전광훈) 목사님이 말을 잘한다고 동네 사람들한테 칭찬도 많이 들었어"라고 전했다.
장위동에서 태어나 다른 데서 산 적이 없다는 토박이 이모(67)씨도 "정치 얘기를 하는 목사인 걸 알았지만 동네 사람들이 처음부터 전광훈 목사를 싫어하지 않았다.
(전 목사가) 주변 상인들에게 인사도 잘했다"며 "크리스마스에 초콜릿 받으러 가는 그냥 동네 교회였다"고 했다.
1983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개척교회로 출발한 사랑제일교회는 1995년 성북구 장위동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그전엔 같은 자리에 1958년부터 장석교회가 있었다.
주민들은 장석교회가 노원구 월계동으로 옮겨가면서 장석교회의 교인과 교세를 사랑제일교회가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했다.
장위동에 오래 산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를 여전히 '장위동·석관동 교회'라는 뜻의 장석교회로 부르기도 하며 가난했던 시절 이 지역의 문화적 구심점이 됐던 장석교회를 추억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가 전국적 명성을 얻은 이유에 대해선 저마다 해석이 다소 갈리면서도, 그 시작점이 '3년 전'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3년 전인 2017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해이자, 뉴타운 재개발지역인 장위 10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서 원주민들이 장위동을 대거 떠난 시기다.
13년 동안 장위동에서 살며 가끔 동네 사람들 손에 이끌려 교회에 몇 번 갔다는 윤모(52)씨의 말이다.
"정확히 기억합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나서부터 교회 사람들이 집회를 나갔어요.
그 뒤로 보수 정치인들이 이 동네를 찾아오고, 그들과 함께 광화문 집회에 나가는 모습이 뉴스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
윤씨의 말을 옆에서 듣던 25년차 장위동 주민 이모(51)씨는 "그때 마침 재개발로 동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더니 외부인들이 들어왔다"면서 "그때 조합이 어떻게 해서든 교회를 내보냈어야 했다"며 화를 냈다.
서울 최대 재개발 단지로 꼽혀온 장위뉴타운 사업은 부동산 붐이 한창이던 2006년 정비구역 지정과 함께 시작됐다.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 10구역 주민들은 재개발을 할지를 두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다지만, 3년 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나서는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빠르게 지역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반면 사랑제일교회는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했다.
장위 10구역에서 자영업을 하다 주민들이 대거 이주하자 2018년 장위 11구역으로 사업장을 옮겼다는 배모(57)씨는 "교인 대부분이 주민이었는데 그들이 모두 빠져나간 자리에 전에는 보이지 않던 외부인들이 교인으로 들어왔다"며 "전광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이후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9년 1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전 목사는 최근 사퇴했다. 배씨는 사업장 한 쪽에 쌓아둔 신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한 2년 전부터 교회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에게 이 신문과 문재인 탄핵 전단을 돌렸어요.
우리 가게뿐 아닙니다.
이 동네 상점들에는 이 신문이 한무더기 쌓여 있어요.
"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가 지역 교인의 헌금과 참여로는 더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외부인을 데려오고 교회에서 숙식도 하게 한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외부인이 밀려들어 와도 교회에 항의할 주민들도 얼마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사랑제일교회 교인 중에는 성북구 거주 교인보다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째 사랑제일교회 인근에 산다는 이모(60)씨는 "전광훈 목사가 매번 탄핵 집회에 나가더니 동네에 계속해서 외부인이 들어왔다"며 "특히 한 번 구속되고 나온 뒤에는 전국에서 수백∼수천명이 교회를 지킨다면서 버스를 임차해 캐리어를 끌고 교회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회에 연일 방역당국과 경찰이 드나들고, 교인과 극우 유튜버들까지 몰려들어 소란스러운 상황을 보며 주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결국 교회가 사회악이 돼버렸어요.
이전의 사랑제일교회와는 어느새 너무 달라져 버렸죠."
/연합뉴스
"관리처분인가·박근혜 탄핵 계기로 교회 변해…처음부터 전광훈 싫어한 건 아냐" "보수적인 건 알았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앞집 옆집 사는 평범한 이웃들이 다니던 곳이에요.
동네 사람들 다 나간 자리에 정체불명 사람들이 와서 먹고 자니 이 지경이 된 거죠."
사랑제일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연일 확산하는 가운데 이 교회가 있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를 매개로 3년 사이 완전히 바뀐 동네 분위기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24일 여러 장위동 주민의 증언을 종합하면, 사랑제일교회는 오래전부터 인근 장위동과 석관동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보통 '동네 교회'였다.
장위동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한 70대 할머니는 기자에게 "순한 교회였어. (전광훈) 목사님이 말을 잘한다고 동네 사람들한테 칭찬도 많이 들었어"라고 전했다.
장위동에서 태어나 다른 데서 산 적이 없다는 토박이 이모(67)씨도 "정치 얘기를 하는 목사인 걸 알았지만 동네 사람들이 처음부터 전광훈 목사를 싫어하지 않았다.
(전 목사가) 주변 상인들에게 인사도 잘했다"며 "크리스마스에 초콜릿 받으러 가는 그냥 동네 교회였다"고 했다.
1983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개척교회로 출발한 사랑제일교회는 1995년 성북구 장위동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그전엔 같은 자리에 1958년부터 장석교회가 있었다.
주민들은 장석교회가 노원구 월계동으로 옮겨가면서 장석교회의 교인과 교세를 사랑제일교회가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했다.
장위동에 오래 산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를 여전히 '장위동·석관동 교회'라는 뜻의 장석교회로 부르기도 하며 가난했던 시절 이 지역의 문화적 구심점이 됐던 장석교회를 추억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가 전국적 명성을 얻은 이유에 대해선 저마다 해석이 다소 갈리면서도, 그 시작점이 '3년 전'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3년 전인 2017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해이자, 뉴타운 재개발지역인 장위 10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서 원주민들이 장위동을 대거 떠난 시기다.
13년 동안 장위동에서 살며 가끔 동네 사람들 손에 이끌려 교회에 몇 번 갔다는 윤모(52)씨의 말이다.
"정확히 기억합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나서부터 교회 사람들이 집회를 나갔어요.
그 뒤로 보수 정치인들이 이 동네를 찾아오고, 그들과 함께 광화문 집회에 나가는 모습이 뉴스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
윤씨의 말을 옆에서 듣던 25년차 장위동 주민 이모(51)씨는 "그때 마침 재개발로 동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더니 외부인들이 들어왔다"면서 "그때 조합이 어떻게 해서든 교회를 내보냈어야 했다"며 화를 냈다.
서울 최대 재개발 단지로 꼽혀온 장위뉴타운 사업은 부동산 붐이 한창이던 2006년 정비구역 지정과 함께 시작됐다.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 10구역 주민들은 재개발을 할지를 두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다지만, 3년 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나서는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빠르게 지역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반면 사랑제일교회는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했다.
장위 10구역에서 자영업을 하다 주민들이 대거 이주하자 2018년 장위 11구역으로 사업장을 옮겼다는 배모(57)씨는 "교인 대부분이 주민이었는데 그들이 모두 빠져나간 자리에 전에는 보이지 않던 외부인들이 교인으로 들어왔다"며 "전광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이후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9년 1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전 목사는 최근 사퇴했다. 배씨는 사업장 한 쪽에 쌓아둔 신문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한 2년 전부터 교회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에게 이 신문과 문재인 탄핵 전단을 돌렸어요.
우리 가게뿐 아닙니다.
이 동네 상점들에는 이 신문이 한무더기 쌓여 있어요.
"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가 지역 교인의 헌금과 참여로는 더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외부인을 데려오고 교회에서 숙식도 하게 한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외부인이 밀려들어 와도 교회에 항의할 주민들도 얼마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사랑제일교회 교인 중에는 성북구 거주 교인보다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째 사랑제일교회 인근에 산다는 이모(60)씨는 "전광훈 목사가 매번 탄핵 집회에 나가더니 동네에 계속해서 외부인이 들어왔다"며 "특히 한 번 구속되고 나온 뒤에는 전국에서 수백∼수천명이 교회를 지킨다면서 버스를 임차해 캐리어를 끌고 교회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회에 연일 방역당국과 경찰이 드나들고, 교인과 극우 유튜버들까지 몰려들어 소란스러운 상황을 보며 주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결국 교회가 사회악이 돼버렸어요.
이전의 사랑제일교회와는 어느새 너무 달라져 버렸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