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신규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해 방역에 집중할 시점이라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난지원금 2라운드'에서 1승을 거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정청은 지난 23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코로나19 경제 피해 대책 등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지금은 방역에 집중할 때"라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중요한 것은 방역이고 확진자를 줄이고 코로나19 확산세를 늦추는 게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며 "재난지원금을 줄 지 말 지가 중요한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정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재성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앞서 민주당이 지난 21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이를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커지고 있다. 야당도 "2차 재난지원금과 4차 추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탠 상황이다.

반면 3차 추경으로 이미 올해 111조원이 넘는 재정적자가 예상돼 재정운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달 말께 2021년도 본예산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4차 추경은 '정치적 제스처'라는 지적도 있다. 만약 4차 추경이 현실화되면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당정청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보류하기로 한 것은 방역 상황에 대한 고려와 함께 재정적자 우려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2차 재난지원금과 4차 추경에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만약 4차 추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에 협조요청을 구할 것이나 그러한 요청이 필요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본회의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며 "꼭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그런 효과가 있는 대책을 맞춤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올해 3~4월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홍 부총리와 재정당국은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에만 지급해야 한다"며 전 국민 지급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여당의 압박에 100% 지급을 수용했었다.

2차 재난지원금 논의 분수령은 앞으로 2주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부터 정부는 수도권 대상으로 이뤄졌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14일부터 세자릿 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화된 방역조치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코로나19의 일반적 잠복기인 1~2주가량이 요구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