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사태’ 피해 고객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박상호 사외이사가 사임했다. 옵티머스 고객 지원 문제의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NH투자증권은 14일 공시를 통해 “박상호 사외이사가 지난 13일자로 일신상 사유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생명 법인영업본부장(부사장), 삼성선물 대표를 거쳐 지난해 3월부터 NH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인 박철 사외이사가 사임했다.박상호 이사는 최근 NH투자증권 이사회가 옵티머스 고객 지원 규모 결정을 놓고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고객 보호 대책에 대한 지속적인 이사회 설득과 사외이사로서 지켜야 할 주주가치, 그리고 법리적 판단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NH투자증권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회의에서 옵티머스 펀드 가입 고객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안을 논의했으나 “충분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룬 상태다. 당시 회의에서는 대승적 차원의 접근을 설득하는 경영진 측 이사진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외 이사들 간 입장차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온라인 식품배송업체 마켓컬리의 ‘대항마’로 불리는 오아시스마켓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오아시스마켓은 기업공개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들어간다고 12일 발표했다. 주관사와 협의해 공모 규모와 공모 가격을 산정한 뒤 내후년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2023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는 목표다.오아시스마켓은 2011년 10월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지어소프트가 약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프라인 마트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7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10월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하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로 탈바꿈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중에서는 작년 매출 기준으로 SSG닷컴, 마켓컬리에 이어 3위다.오아시스마켓이 예정대로 상장할 경우 관련 업계 첫 기업공개 사례가 된다. 기업공개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마켓컬리는 2~3년 내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커머스업체 티몬은 올초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일정을 연기했다. 쿠팡은 주관사 선정도 하지 못한 상태다.후발주자인 오아시스마켓이 기업공개 첫 주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업계의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지난해 약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마켓컬리와 SSG닷컴은 작년에만 각각 986억원, 81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오아시스마켓은 올 1분기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주문이 몰리면서 3개월 만에 작년 전체 이익의 두 배 넘는 수익을 거뒀다. 생산자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덕분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해 폐기율을 낮춘 것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매출도 급성장했다. 2017년 78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424억원으로 늘었고, 올 4월에는 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오아시스마켓이 올해 매출 3196억원에 영업이익 91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투자은행(IB)업계는 오아시스마켓의 기업가치를 2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1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는 1400억원이었다.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등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지 않고 거래액 기준으로 평가한다.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2300선에 올라선 코스피지수가 4거래일 만에 2400을 돌파했다. 박스권에 갇혀 코스피가 2200에서 2300을 넘어서기까지 15거래일이 걸렸던 때와 다르다. 한번 불붙기 시작한 증시가 내달리는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다. 주변에는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례가 넘친다. 실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얼마만큼의 수익률을 기록했을까. NH투자증권에 의뢰해 개인 고객 223만여 명의 코로나 폭락장 이후 수익률을 분석해봤다. 주식에 ‘몰빵’한 슈퍼리치들투자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식’ 비중 증가다. NH투자증권이 개인 고객 223만756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스피가 저점이던 지난 3월 19일 62.72%였던 주식 비중은 5개월 만에 73.85%로 뛰었다. 이 기간 투자자들의 총자산은 54조88억원에서 90조36억원(8월 7일 기준)으로 늘었다.‘동학개미운동’에서 시작된 주식 열풍의 승자는 자산 50억원 이상의 슈퍼리치(고액자산가)들이었다. 50억원 이상 자산가의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34.63%로 집계됐다. 1억원 미만(26.47%) 투자자보다 높았다. 고액자산가들은 주식 비중을 높인 덕에 고수익을 얻었다. 지난 3월 이미 자산 가운데 85.3%(국내 주식 84.5%, 해외 주식 0.8%)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1억원 미만(63.8%) 투자자보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슈퍼리치들은 코로나 폭락장 이후 주식 비중을 88.4%까지 늘렸다. 대신 펀드와 채권 비중을 각각 3.0%, 3.2%에서 2.3%와 2.2%로 줄였다. 자산을 주식에 몰아넣은 셈이다. 이 기간 슈퍼리치들의 주식 투자 수익률만 따로 뽑아보니 59.71%에 달했다. 1억원 미만(14.36%), 1억~5억원(4.87%), 5억~10억원(8.20%)을 투자한 이들의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자산 적을수록 삼성전자 선호연령대별로는 40대가 가장 똑똑한 투자를 했다. 40대의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35.22%로 나타났다. 20대(25.76%)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2030 젊은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린 사이 국내 주식에 자산을 집중한 게 영향을 미쳤다. 2030세대는 3월 이후 1%대였던 해외 주식 비중을 4% 정도로 높였다. 반면 40대 투자자들은 64.3%였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74.1%까지 늘렸다. 아울러 현금성 자산과 펀드 채권을 모두 줄이고 금 투자 비중을 높였다.주식에서 큰 수익을 거둔 슈퍼리치들의 투자 종목은 남달랐다. 5억원 미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담았다. 배신하지 않을 국내 대장주를 선호한 셈이다.하지만 5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엔 삼성전자가 없다. 대신 넷마블, SK,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투자했다. SK는 3월 19일 이후 125%나 급등했다. 넷마블, 셀트리온헬스케어도 같은 기간 65.93%, 88.99%씩 올랐다.주식 포트폴리오는 세대별로 확연히 달랐다. 60대 이상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성전자, 한샘 순으로 매수했다. 반면 20대는 NICE, 삼성전자, 티에스이 등에 주로 투자했다. 40대 포트폴리오에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관련주가 많았다. 카카오, 한미사이언스, 위메이드 등이다.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슈퍼리치들은 기존의 주식 투자 경험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형주 위주로 노련하게 운용한 데 비해 새롭게 증시에 뛰어든 동학개미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 위주로 변동성이 큰 투자를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수익률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