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와 도시의 명운은 길에서 좌우된다. 길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사람은 모여 마을을 만든다. 마을은 도시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비즈니스를 일으킨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처럼 로마가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대륙과 바다의 다양한 길을 열고 활용한 덕이다.

고대 신라가 천년을 번성할 수 있었던 원인은 사막로와 초원로, 해양로 등 다양한 실크로드 길을 통해 중국을 넘어 중앙아시아 지중해 등의 주요 도시와 소통하며 인적 교류와 교역을 통한 다양한 문화적 포용성과 개방적 창의성을 발휘한 데 있다.

경주 감포읍과 인천광역시의 전신인 제물포읍은 1937년 함께 읍으로 승격됐다. 그러던 제물포읍이 지금은 경주시의 규모를 넘어, 국내 3대 도시로 올라섰다. 이는 수도 서울의 관문도시로서 일찍이 하늘 길과 바다 뱃길을 개척해 사방으로 문을 열고 글로벌 비즈니스도시로 나아간 덕분이다. 길의 구축과 도시의 네트워크성 강화는 지역의 혁신과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지식과 정보,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는 국경 없는 초연결사회와 4차산업 혁명시대에 더 중요해진 것이 바로 세계 도시들과 하늘로 연결되는 대동맥이다. 2028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의 통합신공항 하늘 길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다. 통합신공항(airport)은 기존 동해안의 유일한 무역항이자 크루즈터미널이 있는 포항 영일만신항(seaport)과 연계해 대구·경북이 하늘과 바다로 열리는 투포트(Two Port)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대구·경북의 모든 도시가 통합신공항과 두 시간 내로 이어지면서 경계가 사라지고, 환승 연계되고 물류 또한 영일만항의 북극항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산업과 관광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육해상 여객 물류복합운송 시스템 구축도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의 육지 전체보다 6.3배나 많은 해양 영토를 활용한다면, 그 이용 가치는 더욱 넓어진다. 예컨대 상상력을 자극하는 해중 공간개발과 유인 심해 잠수정을 활용한 해양자원 개발, 해양수산 소재를 활용한 마린바이오산업, 기존 원자력산업과 연계되는 소형원자로 산업 등의 신산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25년이 되면 세계적인 생태섬인 울릉도에도 공항이 개항하게 되고, 수면 비행선박인 위그선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경상북도는 아름다운 청정 동해 친수 해양공간 및 동해 해리티지 인문자원을 활용해 포항에 세계적인 랜드마크인 영일만대교와 호미반도 국가 해양정원과 연계한 복합적인 해양문화휴양단지를 추진 중이다.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국립 해양생물종복원센터와 국립 울릉도 독도생태연구센터, 국내 최장 도보 트레일인 대구·경북 통합 둘레길도 계획하고 있다.

경상북도 환동해본부는 통합신공항과 연계한 전략적 환동해권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한 수산물 생산과 가공, 수출단지인 스마트양식특화단지,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복합 마리나 해양레포츠단지 그리고 심층수 미네랄 특화단지를 조성해 해양치유와 힐링, 해양 휴양형 국제회의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통합신공항·영일만신항 '투포트 시대'…대구·경북 글로벌화 문 열려
신라의 이름을 낳은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에 내포된 혁신성과 글로벌화는 통합신공항 시대에 대구·경북이 이어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대적 가치다. 낙동강 내륙도시와 동해안 해양도시 모두가 대륙과 대양으로 나아가는 투포트를 활용한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대구·경북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소멸위기를 극복하고, 통일시대에 맞게 유라시아 경제권을 주도하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을 서둘러야 한다. 개방성과 창의적 포용력으로, 혜안을 모아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