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개입' 가격 통제에 대한 권력의 치명적 유혹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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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급변동, 문제 있지만
섣부른 정부 개입은 부작용
후유증 더 키울 수 있어
섣부른 정부 개입은 부작용
후유증 더 키울 수 있어
가격에 관한 얘기는 사실 상식적이다. 그런데 그 상식을 상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굳이 부동산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인위적인 가격개입 징후가 있고, 명백한 시도가 있다.
누군가 비용(가격)을 더 부담해서 다수가 백만 원으로 가고,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그들이 그렇게 해서 남은 오십 만 원, 백만 원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보고, 뉴욕의 좋은 식당에 편한 맘으로 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가 않다. 누군가 사회적으로 더 부담해서 싼 부담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1250원이라는 적은 비용으로 지하철을 모두가 언제든지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물론 가격의 구성과 변동에는 다른 고려점도 있다. 예컨대 항공사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경우 공권력이라는 정부가 개입한다. 이 부분도 무수한 논쟁이 뒤따르곤 하지만, 어떻든 사업자들끼리의 명백한 가격 담합행위에 대한 대응과 억제, 징벌 조치가 가능한 장치가 공정거래법이다.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정부 기관이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조차 종종 갑질 행정 논란을 초래하고, '심판'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물의도 빚지만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정부의 합법적 역할은 있는 셈이다. 조금 크게 보면 소비자 보호를 통한 시장 시스템의 유지·발전을 위한 기능이라고 하면 되겠다.
더 가정해 보자. 항공요금에 정의와 공정 이런 개념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그것이 단선적이고 저급한 공정 이론이거나 선동적이고 표피적인 형평 혹은 평등이라는 잣대를 댄다면 항공업도, 여행업도 발전이 어렵다. 아니면 국내 산업은 망하고 국내시장은 자연스럽게 외국 기업에 넘어갈 것이다. 인위적 차별이 아니라 자연스런 차등, 누구나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차이라면 별반 문제가 없다. 그것이 가격이든 무엇이든 발전의 동인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 경제활동이 그렇게 유지되고 발전해간다.
민주 정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생필품이나 특정 부문 자산 가격의 급등은 부담스러울 때가 많기는 할 것이다. 더구나 선거라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 승패에 따라서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후진 정치체제에서는 더 그렇다. 선거에서 지고 그 결과로 권력을 뺏기게 되면 ‘패가망신’을 하게 되니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할 판인데, “그깟 가격개입을 좀 한들 무슨 대수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편향된 이념 정치가 초래한 부작용이면서, 후진사회형 저급 정치의 일반적 행태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데는 요구에 끝이 없는 유권자들 탓도 적지 않다. 지지 세력이 무리하게 몰려다니는 팬덤 정치일수록 이른바 ‘빠’그룹이 원하는 것도 많기 마련이다. 유권자와 정치꾼들은 그런 점에서 나란히 책임을 져야 한다. 양자의 결탁에서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기도 하고 퇴행적 선동주의가 만연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것을 경계하고 발붙일 공간을 주지 않는 사회라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대결의 선진 정치가 될 수도 있다.
‘정치’가 치열해질수록 ‘경제’가 문제가 되는 시대다. 전반적으로 잘 사는 사회일수록 경제이슈도 중요해진다. 선거에서도 경제 문제가 승패를 좌우할 때가 많다. ‘중진국’이상 국가에서 보편적 현상이다.
정치권력이 가격개입, 심지어 가격통제에 나서는 배경이다.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정부라 해도 ‘정권의 성적표’ 차원에서 물가 수준을 의식하고 집값 등 자산 가격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일 때문에 국가가 작성하는 각종 통계에 권력의 작위적 개입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를 둔다.
‘부동산 정치’라는 말이 보통으로 오가고, ‘집값 변동은 곧 표심’이라고 드러내놓고 떠드는 사회라면 더 많은 가격개입이 나올 수 있다. 일부지역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월례행사처럼 대책을 내놨으나 효과가 없자 결국 직접 가격 개입에 나섰지만, 기억해둘 일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 때 급진파의 지도자 ‘로베스 피에르의 우유’ 사례다. 우유가격이 오르자 가격을 올리는 판매자를 단두대에 보내겠다고 하자 어떤 결과가 빚어졌나. 시중에 우유가 아예 없어졌다. 손해 보면서 우유를 생산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홍수 때 한양 쌀값이 오르자 쌀값을 올리는 상인을 엄벌하겠다는 임금에게 “그러면 (쌀 공급이 안 되어) 도성 내 백성이 굶어죽는다”고 했던 연암 박지원의 상소도 같은 맥락이다.
섣부른 가격 개입은 약자를 더 힘들게 한다. 물품이나 서비스가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 그런 물꼬를 트이도록 하는 게 정부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항공요금, 격차만 보고 획일화 한다고 가정한다면…
한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자. 이를 테면, 항공 요금에서 미국행이 백 만 원이라 치자. 누군가 오백 만 원에 일등석을 이용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사정에 따라 삼백 만 원에 비즈니스석을 타기에 ‘보통 이용객’이 백 만 원으로 미국 다녀올 수가 있는 것이다. 좌석을 획일화 해 똑 같은 요금제를 한다면 대다수가 백 오십 만~ 이백 만원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혹은 상당수는 비행기를 아예 탈 수조차 없어 미국 방문이 불가능 할지 모른다. 모두 같은 요금인 상황에서 어떤 이용객은 좀 더 나은 좌석을 선점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이용자는 화장실 앞의 비선호 구역에서 열 시간 이상 가야 된다면 자리의 배정이나 다툼 문제는 어떻게 해결 가능할까. 자리 배정에 공정이나 정의, 이런 게 제대로 작용할까.누군가 비용(가격)을 더 부담해서 다수가 백만 원으로 가고,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그들이 그렇게 해서 남은 오십 만 원, 백만 원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보고, 뉴욕의 좋은 식당에 편한 맘으로 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가 않다. 누군가 사회적으로 더 부담해서 싼 부담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1250원이라는 적은 비용으로 지하철을 모두가 언제든지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물론 가격의 구성과 변동에는 다른 고려점도 있다. 예컨대 항공사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는 경우 공권력이라는 정부가 개입한다. 이 부분도 무수한 논쟁이 뒤따르곤 하지만, 어떻든 사업자들끼리의 명백한 가격 담합행위에 대한 대응과 억제, 징벌 조치가 가능한 장치가 공정거래법이다.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정부 기관이 공정거래위원회다. 공정위조차 종종 갑질 행정 논란을 초래하고, '심판'들의 자의적 판단으로 물의도 빚지만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정부의 합법적 역할은 있는 셈이다. 조금 크게 보면 소비자 보호를 통한 시장 시스템의 유지·발전을 위한 기능이라고 하면 되겠다.
더 가정해 보자. 항공요금에 정의와 공정 이런 개념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그것이 단선적이고 저급한 공정 이론이거나 선동적이고 표피적인 형평 혹은 평등이라는 잣대를 댄다면 항공업도, 여행업도 발전이 어렵다. 아니면 국내 산업은 망하고 국내시장은 자연스럽게 외국 기업에 넘어갈 것이다. 인위적 차별이 아니라 자연스런 차등, 누구나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차이라면 별반 문제가 없다. 그것이 가격이든 무엇이든 발전의 동인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 경제활동이 그렇게 유지되고 발전해간다.
◆섣부른 가격개입… 정치꾼과 '빠'지지그룹 결탁 경계해야
그럼에도 ‘권력’에 가격 통제는 언제나 유혹의 대상이다. 과거의 절대 왕정체제에서는 물론, 민주적인 공화정이 제도로 굳어진지도 오래된 현대의 민주 국가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본질도 정체도 모호한 게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우중(愚衆)정치체제로는 필연적으로 타락하게 되는 것 또한 민주주의라고는 하지만, 그런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자주 일어나서 문제다. 집값 잡겠다며 투박한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부동산정책, 값비싸게 구축한 신용결제시스템에 편승하려는 서울시의 ‘제로 페이’까지 그렇다.민주 정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생필품이나 특정 부문 자산 가격의 급등은 부담스러울 때가 많기는 할 것이다. 더구나 선거라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 승패에 따라서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후진 정치체제에서는 더 그렇다. 선거에서 지고 그 결과로 권력을 뺏기게 되면 ‘패가망신’을 하게 되니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할 판인데, “그깟 가격개입을 좀 한들 무슨 대수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편향된 이념 정치가 초래한 부작용이면서, 후진사회형 저급 정치의 일반적 행태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데는 요구에 끝이 없는 유권자들 탓도 적지 않다. 지지 세력이 무리하게 몰려다니는 팬덤 정치일수록 이른바 ‘빠’그룹이 원하는 것도 많기 마련이다. 유권자와 정치꾼들은 그런 점에서 나란히 책임을 져야 한다. 양자의 결탁에서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기도 하고 퇴행적 선동주의가 만연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것을 경계하고 발붙일 공간을 주지 않는 사회라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대결의 선진 정치가 될 수도 있다.
‘정치’가 치열해질수록 ‘경제’가 문제가 되는 시대다. 전반적으로 잘 사는 사회일수록 경제이슈도 중요해진다. 선거에서도 경제 문제가 승패를 좌우할 때가 많다. ‘중진국’이상 국가에서 보편적 현상이다.
정치권력이 가격개입, 심지어 가격통제에 나서는 배경이다.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정부라 해도 ‘정권의 성적표’ 차원에서 물가 수준을 의식하고 집값 등 자산 가격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런 일 때문에 국가가 작성하는 각종 통계에 권력의 작위적 개입을 막는 최소한의 장치를 둔다.
◆후진 권력, 선동 정치… 약자에게 집중되는 피해·부작용
집값 급등에 정부와 거대 여당이 참지 못하는 것을 보면 가격개입은 후진 권력의 기본 속성인 듯하다. 물론 집값의 급등은 그 자체로 위험을 수반한다. 부작용도 만만찮고 후유증도 무서울 때가 많다. 집값만 그렇겠나. 아마 한국은행도 지금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도 집값 문제일 것이다. 그런 전문가 그룹의 의사결정체제가 무엇보다 존중돼야 한다. 그래야 무리 없는 관리가 가능해진다. 주식시장도 그렇고, 생필품이나 많은 원자재 시장도 원리는 같다.‘부동산 정치’라는 말이 보통으로 오가고, ‘집값 변동은 곧 표심’이라고 드러내놓고 떠드는 사회라면 더 많은 가격개입이 나올 수 있다. 일부지역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월례행사처럼 대책을 내놨으나 효과가 없자 결국 직접 가격 개입에 나섰지만, 기억해둘 일이 있다. 프랑스 대혁명 때 급진파의 지도자 ‘로베스 피에르의 우유’ 사례다. 우유가격이 오르자 가격을 올리는 판매자를 단두대에 보내겠다고 하자 어떤 결과가 빚어졌나. 시중에 우유가 아예 없어졌다. 손해 보면서 우유를 생산하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홍수 때 한양 쌀값이 오르자 쌀값을 올리는 상인을 엄벌하겠다는 임금에게 “그러면 (쌀 공급이 안 되어) 도성 내 백성이 굶어죽는다”고 했던 연암 박지원의 상소도 같은 맥락이다.
섣부른 가격 개입은 약자를 더 힘들게 한다. 물품이나 서비스가 부족해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 그런 물꼬를 트이도록 하는 게 정부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