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서울 인사동 거리 곳곳에 상가 임대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코로나19 피해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서울 인사동 거리 곳곳에 상가 임대 안내문이 나붙어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치권에서 확산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지원 논의에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되는 민간소비를 북돋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경기 하강폭을 줄여야 한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재난지원금發 국채매입 압박 커질듯

이주열 총재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3분기 가계소득 여건이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가계 소득을 보충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2차 재난지원금을 누구에게 지급해야 하는가'라는 질의에 대해선 "소비진작 효과와 재정 감당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봤거나 생활형편이 어려운 계층에게만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5월 편성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 때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 바 있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은 통화당국에 달갑지 않은 변수다. 1~3차 추경 편성으로 올해 재정이 빠듯한 상황인 만큼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편성될 경우 재원은 전액 적자국채로 조달할 예정이다. 적자국채가 시중에 나올 경우 국채 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0.5%로 끌어내린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이 국채 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보다 거세지면서 통화당국의 고민도 보다 깊어질 수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집값 등 자산가격을 밀어올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로 돈을 푸는 데 대한 부담감이 적잖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3단계' 충격, 가늠조차 어려워

이 총재가 통화당국의 골칫거리가 될 만한 재난지원금에 찬성한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이 깊고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데다 3단로 올라갈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소비절벽' 우려가 부쩍 커졌다. 벌써부터 가계가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서 시내 주요 상권은 한산하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지난 1분기 만큼 위축될 우려가 커졌다. 올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6.5%를 기록하며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2분기 1.4%로 반등하면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3분기에 재차 떨어질 우려도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4%, 성장률을 -0.2%로 제시했다. 한은이 오는 27일 경제전망 수정치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1%대까지 하향 조정할 것을 시사한 만큼 민간소비 증가율도 -2%대 안팎까지 깎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민간소비 충격이 이 같은 한은의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10인 이상 모이는 게 금지되는 데다 운영 중단 업종이 영화관과 카페를 포함해 크게 늘어난다. 전례 없는 조치인 만큼 민간소비에 미치는 충격도 상당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18일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경제 봉쇄 조치가 강화될 경우 전체 일자리의 35%가량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취업자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실직위기에 직면하는 만큼 소비충격은 상당할 여지가 높다.

◆증시 조정되면 파급력 더 커져

전문가들은 그나마 소비심리를 지탱하는 증시마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조정을 받을 경우 소비 충격은 보다 커질 것이라고 봤다. 4월 들어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자심리지수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이 총재는 전날 국회에서 “증시가 실물경기와 상반되게 움직이고 있어 주가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는 만큼 민간소비 감소율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성장률이 이달 27일 나오는 한은의 경제전망 수정치를 크게 밑돌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한은의 경제전망의 오차 범위도 줄일 수 있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2차 재난지원금 편성을 반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