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또 중국?…쌍용차, '상하이 악몽'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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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위기의 쌍용차 새 주인은 또 중국?
쌍용차, 외국 차입금에 유동성 위기 심화
중국계 투자 의향…문제는 '상하이차 악몽'
새 투자자 못 찾으면 청산 가능성도
쌍용차, 외국 차입금에 유동성 위기 심화
중국계 투자 의향…문제는 '상하이차 악몽'
새 투자자 못 찾으면 청산 가능성도
쌍용차의 새 주인으로 다시 중국계 기업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이미 중국 기업이 매각한 바 쌍용차의 새 주인이 다시 중국계 투자자로 회귀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선정에 다른 대안이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문제는 쌍용차가 중국 기업에 이미 큰 상처를 받았다는데 있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 인수 이후 쌍용차는 시장 존재감을 점점 잃어하는 질곡의 7년을 보낸 아픈 기억이 있다. 기술 도둑질 논란, 대량 해고 사태 등에 시달렸던 '상하이차 데자뷰'가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BYD,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쌍용차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체리자동차가 지분을 가진 미국의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홀딩스(HAAH)도 구속력 있는 인수 제안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74.65%의 지분을 보유한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대신할 새로운 투자자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인도 내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쌍용차에 대한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겠다"며 발을 뺐다. 마힌드라가 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치면서 외국계 금융권의 차입금 상환 압박도 거세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쌍용차의 단기차입금은 3069억원이다. 대부분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외국계 금융권에서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 51% 초과 유지'를 조건으로 빌려준 금액이다. 쌍용차는 현재 외국계 금융권의 차입금 만기를 한 달 단위로 연장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은 대출 만기를 연말까지로 연장해줬다. 다만 시간끌기에 불과하기에 쌍용차에게는 신규 투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쌍용차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중국계 기업들이다.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 CATL이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한국을 거점으로 삼아 완성차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 쌍용차는 내년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100'을 출시할 계획이다. 인수 직후 자사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 생산도 가능한 셈이다.
배터리 기업에서 전기차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BYD도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만대 수준의 전기차를 생산한 BYD는 최근 프리미엄 세단 전기차 ‘한(漢)’도 출시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선보인다는 계획이지만, 중국차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쌍용차를 인수하면 한국을 생산기지로 삼은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 어렵지 않게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중국 체리차의 SUV '반타스'를 북미 시장에 선보이려는 유통 스타트업 HAAH가 쌍용차에 인수 제안서를 준비하는 이유로도 한 미 FTA가 꼽힌다.
쌍용차는 중국에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차는 워크아웃에서 간신히 벗어난 쌍용차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 시설투자, 고용보장 등을 서면으로 약속했지만, 지켜진 것은 없었다. 도리어 이후 5년 사이 2000여명이 해고를 당했고 한국에서 철수하며 쌍용차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까지 훔쳐갔다. 상하이차가 투자 약속을 어기고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2600여명의 근로자가 추가로 쌍용차를 떠나야 했다. 중국 상하이차가 눌러앉았던 5년여의 시간은 쌍용차가 경쟁력을 상실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2011년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했고 인수 당시 지분 70% 확보를 위한 신주 4271억원과 회사채 954억원 등 총 5225억원의 자금이 투자됐다. 마힌드라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1300억원을 더 투입해 소형 SUV 티볼리 등 신차 개발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상하이차 시기의 충격을 극복하진 못했다. 그만큼 중국 기업으로의 재매각은 쌍용차에게 꺼려지는 일이다.
다만 중국 기업으로의 매각 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으 72%를 넘어섰고 1분기 보고서에 이어 반기 보고서도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쌍용차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국내외 금융권에서 빌린 단기 차입금 만기도 속속 도래하고 있다.
쌍용차에 운영자금 200억원, 시설자금 1700억원 등 총 1900억원을 빌려준 산은의 경우 연말에 빚을 갚지 못한다면 담보로 잡은 평택·창원공장 등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업계는 산은 등 채권단이 손을 떼면 쌍용차는 회생절차(법정관리) 내지 청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매각 작업에서 상당부분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사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쌍용차가 법정관리나 파산될 경우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1만여명의 생계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상하이차의 아픔은 남아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문제는 쌍용차가 중국 기업에 이미 큰 상처를 받았다는데 있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 인수 이후 쌍용차는 시장 존재감을 점점 잃어하는 질곡의 7년을 보낸 아픈 기억이 있다. 기술 도둑질 논란, 대량 해고 사태 등에 시달렸던 '상하이차 데자뷰'가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BYD,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쌍용차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체리자동차가 지분을 가진 미국의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 HAAH오토모티브홀딩스(HAAH)도 구속력 있는 인수 제안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74.65%의 지분을 보유한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대신할 새로운 투자자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인도 내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쌍용차에 대한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대주주 지위를 내려놓겠다"며 발을 뺐다. 마힌드라가 지분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치면서 외국계 금융권의 차입금 상환 압박도 거세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쌍용차의 단기차입금은 3069억원이다. 대부분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외국계 금융권에서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 51% 초과 유지'를 조건으로 빌려준 금액이다. 쌍용차는 현재 외국계 금융권의 차입금 만기를 한 달 단위로 연장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은 대출 만기를 연말까지로 연장해줬다. 다만 시간끌기에 불과하기에 쌍용차에게는 신규 투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쌍용차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중국계 기업들이다.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 CATL이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한국을 거점으로 삼아 완성차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 쌍용차는 내년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100'을 출시할 계획이다. 인수 직후 자사 배터리를 활용한 전기차 생산도 가능한 셈이다.
배터리 기업에서 전기차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BYD도 쌍용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만대 수준의 전기차를 생산한 BYD는 최근 프리미엄 세단 전기차 ‘한(漢)’도 출시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선보인다는 계획이지만, 중국차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쌍용차를 인수하면 한국을 생산기지로 삼은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 어렵지 않게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중국 체리차의 SUV '반타스'를 북미 시장에 선보이려는 유통 스타트업 HAAH가 쌍용차에 인수 제안서를 준비하는 이유로도 한 미 FTA가 꼽힌다.
쌍용차는 중국에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차는 워크아웃에서 간신히 벗어난 쌍용차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 시설투자, 고용보장 등을 서면으로 약속했지만, 지켜진 것은 없었다. 도리어 이후 5년 사이 2000여명이 해고를 당했고 한국에서 철수하며 쌍용차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까지 훔쳐갔다. 상하이차가 투자 약속을 어기고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2600여명의 근로자가 추가로 쌍용차를 떠나야 했다. 중국 상하이차가 눌러앉았던 5년여의 시간은 쌍용차가 경쟁력을 상실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2011년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했고 인수 당시 지분 70% 확보를 위한 신주 4271억원과 회사채 954억원 등 총 5225억원의 자금이 투자됐다. 마힌드라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1300억원을 더 투입해 소형 SUV 티볼리 등 신차 개발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상하이차 시기의 충격을 극복하진 못했다. 그만큼 중국 기업으로의 재매각은 쌍용차에게 꺼려지는 일이다.
다만 중국 기업으로의 매각 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으 72%를 넘어섰고 1분기 보고서에 이어 반기 보고서도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쌍용차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국내외 금융권에서 빌린 단기 차입금 만기도 속속 도래하고 있다.
쌍용차에 운영자금 200억원, 시설자금 1700억원 등 총 1900억원을 빌려준 산은의 경우 연말에 빚을 갚지 못한다면 담보로 잡은 평택·창원공장 등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업계는 산은 등 채권단이 손을 떼면 쌍용차는 회생절차(법정관리) 내지 청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매각 작업에서 상당부분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사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쌍용차가 법정관리나 파산될 경우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1만여명의 생계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상하이차의 아픔은 남아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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