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 년 가까이 국내 항공사들의 도쿄 하네다공항 이용을 제한하면서 다른 나라 항공사에는 신규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을 내주고 있어 한국인과 한국 항공사들을 차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음달부터 장기체류 자격 소지자의 입국 허용에 따라 일본을 찾을 우리 국민들은 이 때문에 도쿄에서 동북쪽으로 1시간30분 떨어진 나리타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25일 현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하루 3편씩 운행하던 김포~하네다 노선과 하루 1편씩 운항하던 인천공항~하네다공항 노선 등 8개 슬롯을 입국금지가 강화된 지난 3월9일부터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국인의 입국 공항을 나리타공항과 간사이 지역의 간사이국제공항 두 곳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중국 항공사도 하네다공항 이용을 제한당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역 관리 차원에서 입국 창구를 나리타공항으로 일원화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이전 한국인의 1일 평균 일본 입국자수는 2만700명으로 2만3000명의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방역 목적이라면 수도권 입국 창구를 나리타와 하네다로 분리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코로나19 이후 일시적으로 일본을 떠난 영주권자와 주재원, 유학생 등 20만여명이 다음달부터 일본에 재입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입국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 가나가와현 등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수도권 남부 지역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하네다공항이 국제선 취항을 재개한 2003년 11월 1호로 개설된 이래 17년째 운항해 온 노선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이용은 막으면서 7월부터 터키항공(이스탄불), 유나이티드항공(시카고), 아메리칸항공(댈러스), 델타항공(애틀란타) 등에 하네다공항 신규 슬롯을 주고 있다. 회원국 항공사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일본 국토교통성에 하네다공항의 이용재개를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