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나와도 '코로나 경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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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전문가들의 경고 "코로나 종식 안될 것"
오명돈·월포트 "백신만으로 팬데믹 못막아"
가계·기업·정부 '코로나 공존시대' 대비해야
오명돈·월포트 "백신만으로 팬데믹 못막아"
가계·기업·정부 '코로나 공존시대' 대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와도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바뀐 뉴노멀 시대에 록다운(이동 제한 등 봉쇄령) 같은 방역조치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책임지고 있는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설령 나오더라도 백신만으로는 이 팬데믹(대유행)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끝낼 희망으로 백신을 꼽았다. 백신이 개발돼 인구 상당수에 집단면역이 생기면 자연히 감염병 확산도 멈출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이런 예상이 바뀌고 있다. 세계적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을 통한 코로나19 종식에 회의적 의견을 잇달아 내놨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최근 “백신이 코로나19 대응에 핵심 수단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연구혁신기구(UKRI) 최고책임자를 지낸 세계적 면역학자 마크 월포트도 “코로나19는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인류와 함께할 것”이라며 “천연두처럼 백신으로 종식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종식에 대해 비관론을 내놓는 이유는 대유행 이후 1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 이 질환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이 많지 않아서다. 다른 감염병과 달리 무증상 감염도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흑사병 대유행이 중세시대를 끝내고 르네상스 시대를 연 것처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삶의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일상에서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직장 내 감염을 막기 위해 근무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상황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세계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3분기에 정점을 찍으면 국내 경제성장률이 -1.8%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거리두기 수준은 방역당국 아닌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전망은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오명돈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의 진단은 효과적 백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어 더욱 뼈아프다.
코로나19 백신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줄여야 하고 폐 속 바이러스가 증식되는 것을 막아 폐렴으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파가 주로 일어나는 상기도(입·코·목 등)와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하기도(폐 등)에서 모두 효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원숭이 등 동물실험에서 상기도와 하기도 모두에서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진 백신은 미국 모더나에서 개발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뿐이다. 나머지 백신 후보물질들은 상기도에서 바이러스를 줄이는 효과가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 모더나의 백신 효과도 실험용 동물을 통해 확인한 것이어서 사람에게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투여 가능한 백신이 나오려면 최소 8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오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백신 허가 기준으로 질병 예방효과 50%를 제시한다”며 “독감 백신은 50%나 그 미만 수준”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100%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백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백신 개발이 어려운 이유로 호흡기 감염병의 특성을 들었다. 간염은 백신을 맞으면 90%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기가 몸속에 있기 때문이다. 호흡기는 다르다. 폐는 몸속 깊이 있지만 상기도는 몸 밖에 있다. 상기도 감염을 예방하려면 백신을 맞은 뒤 항체세포가 상기도 점막 표면 위로 나와야 하는데 대개 세포는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부 항체가 점막까지 나와 바이러스를 조절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백신이 다른 백신처럼 완전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이 기대보다 낮아지지 않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증상이 발생해 확진받은 코로나19 환자의 치사율은 2%, 무증상 감염자를 포함하면 0.5~1% 정도다. 이는 겨울철 계절 독감보다 5~10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치사율이 월등히 높다.
이처럼 감염병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 기한없이 경제활동을 모두 봉쇄하는 록다운 정책을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거리두기를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오 교수는 “방역단계가 올라가면 사회·경제적 영향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거리두기 수준은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방역과 경제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이냐의 선택은 국민과 시민들이 결정해야 할 몫이라는 취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책임지고 있는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설령 나오더라도 백신만으로는 이 팬데믹(대유행)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끝낼 희망으로 백신을 꼽았다. 백신이 개발돼 인구 상당수에 집단면역이 생기면 자연히 감염병 확산도 멈출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이런 예상이 바뀌고 있다. 세계적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을 통한 코로나19 종식에 회의적 의견을 잇달아 내놨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최근 “백신이 코로나19 대응에 핵심 수단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연구혁신기구(UKRI) 최고책임자를 지낸 세계적 면역학자 마크 월포트도 “코로나19는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인류와 함께할 것”이라며 “천연두처럼 백신으로 종식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종식에 대해 비관론을 내놓는 이유는 대유행 이후 1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 이 질환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이 많지 않아서다. 다른 감염병과 달리 무증상 감염도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흑사병 대유행이 중세시대를 끝내고 르네상스 시대를 연 것처럼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삶의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일상에서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직장 내 감염을 막기 위해 근무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상황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세계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3분기에 정점을 찍으면 국내 경제성장률이 -1.8%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거리두기 수준은 방역당국 아닌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호흡기 감염병 백신 개발 어려워…마스크가 더 효과적인 방역 수단
코로나19 이후 시대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전망은 이전에도 많았다. 하지만 오명돈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의 진단은 효과적 백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어 더욱 뼈아프다.코로나19 백신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줄여야 하고 폐 속 바이러스가 증식되는 것을 막아 폐렴으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파가 주로 일어나는 상기도(입·코·목 등)와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하기도(폐 등)에서 모두 효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원숭이 등 동물실험에서 상기도와 하기도 모두에서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진 백신은 미국 모더나에서 개발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뿐이다. 나머지 백신 후보물질들은 상기도에서 바이러스를 줄이는 효과가 분명히 확인되지 않았다. 모더나의 백신 효과도 실험용 동물을 통해 확인한 것이어서 사람에게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투여 가능한 백신이 나오려면 최소 8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오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백신 허가 기준으로 질병 예방효과 50%를 제시한다”며 “독감 백신은 50%나 그 미만 수준”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100%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백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백신 개발이 어려운 이유로 호흡기 감염병의 특성을 들었다. 간염은 백신을 맞으면 90%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기가 몸속에 있기 때문이다. 호흡기는 다르다. 폐는 몸속 깊이 있지만 상기도는 몸 밖에 있다. 상기도 감염을 예방하려면 백신을 맞은 뒤 항체세포가 상기도 점막 표면 위로 나와야 하는데 대개 세포는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부 항체가 점막까지 나와 바이러스를 조절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백신이 다른 백신처럼 완전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이 기대보다 낮아지지 않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증상이 발생해 확진받은 코로나19 환자의 치사율은 2%, 무증상 감염자를 포함하면 0.5~1% 정도다. 이는 겨울철 계절 독감보다 5~10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치사율이 월등히 높다.
이처럼 감염병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 기한없이 경제활동을 모두 봉쇄하는 록다운 정책을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거리두기를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오 교수는 “방역단계가 올라가면 사회·경제적 영향이 상당히 커지기 때문에 거리두기 수준은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방역과 경제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이냐의 선택은 국민과 시민들이 결정해야 할 몫이라는 취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