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중에…'알짜 니켈광산' 팔겠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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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원개발 '적폐' 낙인
핵심소재 니켈 확보전 밀려
핵심소재 니켈 확보전 밀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전쟁이 원자재 확보전으로 옮겨붙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등 원자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여당은 ‘알짜 니켈광산’의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내 배터리업계가 원자재 확보전에서 밀리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조원을 투자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사업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직접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전면 백지화될 상황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니켈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진행되면서 니켈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중 해외 니켈광산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니켈 가격은 수요가 폭증하면서 연일 급등하고 있다. 25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니켈 현물 가격은 t당 1만4862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5개월간 34.4% 급등했다. 배터리용 니켈 수요는 2020년 15만t에서 2030년 약 110만t으로 일곱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광물자원공사는 2006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 스미토모(지분 47.67%)와 캐나다 셰릿(12%)도 참여하고 있다. 공사 측은 “국부 유출 논란이 없도록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먼저 팔아보고, 안 되면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에도 벅찬 배터리 업체들이 조(兆) 단위의 광산 지분을 인수하기는 힘들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경쟁 상대인 중국, 일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암바토비는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래를 내다본 훌륭한 투자 결정이었다는 찬사와 함께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마다가스카르 내전, 원자재 가격 급락, 공장 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장 폐쇄 등 악재가 잇따랐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다른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도 부실이 발견돼 ‘적폐’로 낙인찍혔다. 광물자원공사는 작년 말 기준 부채 6조400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하지만 암바토비의 실적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니켈 생산량이 2012년 6000t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만7000t까지 늘었다. 최근 니켈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실적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암바토비 광산은 국내에 연간 니켈 1만t가량(전체 수요의 약 7~8%)을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약 3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지분 매각 시 안정적인 공급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사 관계자도 “자원 투자는 20~30년 뒤를 내다보고 한다”며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니켈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생산국은 ‘경제 무기화’에 나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세계 니켈 공급량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작년 10월 니켈 원광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매장량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니켈 원석을 직접 가공한 뒤 배터리 양극재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생산해 팔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코로나19로 조업 차질이 발생해 상반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국내 배터리업계의 니켈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니켈 양극재의 중간 제품인 전구체(니켈에 망간 등을 혼합한 것) 형태로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LG화학은 2018년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니켈 코발트 등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국내 1위 양극재 생산업체인 포스코케미칼도 화유코발트로부터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를 수입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작년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던 것처럼 중국이 자원을 무기로 압박하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만수/성수영 기자 bebop@hankyung.com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조원을 투자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사업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직접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전면 백지화될 상황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니켈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진행되면서 니켈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중 해외 니켈광산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니켈 가격은 수요가 폭증하면서 연일 급등하고 있다. 25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니켈 현물 가격은 t당 1만4862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5개월간 34.4% 급등했다. 배터리용 니켈 수요는 2020년 15만t에서 2030년 약 110만t으로 일곱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年 3만대 만들 수 있는 '니켈 광산' 해외로 넘어갈 판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이달 초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코발트 광산 매각작업에 들어가자 국내 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암바토비 광산은 니켈 원광 1억4620만t이 매장된 세계 3대 니켈 광산 중 하나다. 2006년 개발 단계부터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 광산을 팔고 나면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니켈 광산 매각 서두르는 정부
광물자원공사는 이달 초 암바토비 광산 지분 33% 매각을 위한 자문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다음달까지 자문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작년 말 기준 2조1945억원이 투입된 광물자원공사의 최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다. 공사 관계자는 “국회에서 광업공단통합법안이 재발의되면서 해외 프로젝트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광물자원공사는 2006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 스미토모(지분 47.67%)와 캐나다 셰릿(12%)도 참여하고 있다. 공사 측은 “국부 유출 논란이 없도록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먼저 팔아보고, 안 되면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 매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에도 벅찬 배터리 업체들이 조(兆) 단위의 광산 지분을 인수하기는 힘들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경쟁 상대인 중국, 일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암바토비는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미래를 내다본 훌륭한 투자 결정이었다는 찬사와 함께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마다가스카르 내전, 원자재 가격 급락, 공장 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장 폐쇄 등 악재가 잇따랐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다른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도 부실이 발견돼 ‘적폐’로 낙인찍혔다. 광물자원공사는 작년 말 기준 부채 6조400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하지만 암바토비의 실적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니켈 생산량이 2012년 6000t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만7000t까지 늘었다. 최근 니켈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실적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암바토비 광산은 국내에 연간 니켈 1만t가량(전체 수요의 약 7~8%)을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 약 3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지분 매각 시 안정적인 공급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사 관계자도 “자원 투자는 20~30년 뒤를 내다보고 한다”며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니켈 중국 의존도는 심화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의 니켈 확보 움직임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는 지난 5월 1조원을 들여 인도네시아 니켈 채굴 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본 스미토모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암바토비 지분을 더욱 늘렸다. 일본 파나소닉은 스미토모 외에 미쓰비시상사, 이토추상사 등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자원개발투자에 나선 자국 기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수급하고 있다.니켈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생산국은 ‘경제 무기화’에 나설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세계 니켈 공급량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작년 10월 니켈 원광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표면적으로는 매장량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니켈 원석을 직접 가공한 뒤 배터리 양극재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생산해 팔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코로나19로 조업 차질이 발생해 상반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국내 배터리업계의 니켈 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니켈 양극재의 중간 제품인 전구체(니켈에 망간 등을 혼합한 것) 형태로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LG화학은 2018년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니켈 코발트 등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국내 1위 양극재 생산업체인 포스코케미칼도 화유코발트로부터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를 수입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작년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던 것처럼 중국이 자원을 무기로 압박하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만수/성수영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