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부는 트로이 멸망 이야기다. 10년간 대치하던 그리스 군대가 거대한 목마를 남기고 사라지자 트로이 사람들은 승리감에 도취돼 목마를 성안에 들이려 한다. 카산드라 공주만이 나쁜 기운을 감지하고 말리지만 한쪽에 쏠린 군중 심리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신화에 따르면 아폴론의 짝사랑을 받은 카산드라는 예언 능력을 주면 연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가 막상 실현되자 외면했다. 이에 아폴론은 아무도 그녀 말을 믿지 않도록 저주를 내린 것이다.
베를리오즈도 비슷한 일을 겪는다. 청중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창조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에만 관심 있었던 탓에 극장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생전에는 ‘트로이 사람들’ 중 2부만 초연할 수 있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