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공정 논란에 친여 성향 맘카페도 '들썩'
제2의 인국공 사태 되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25일 정부는 "그렇게 할 수도,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복지부는 전날(24일) 공공의대 학생 선발과 관련한 해명 자료를 냈다. 복지부는 지난 2018년 보도자료를 통해 시·도지사에게 선발 학생에 대한 추천권을 부여한다고 밝힌바 있다.
최근 공공의대 추진 강행과 맞물려 당시 보도자료가 재조명되자 일각에선 '정치인과 친분이 있는 특정 계층의 자녀를 뽑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공보건 의료 핵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4년제 국립 공공보건 의료대학원은 오는 2022년 3월 전북 남원에서 개교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현영 의원조차 "입시 공정성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신현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도지사에게 공공의대 학생 추천권이 주어진다면 무엇보다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복지부는 "공공의대 학생 선발 관련 시·도지사 추천은 시·도지사 자녀, 친인척 등이 추천될 수 있도록 특혜를 주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팩트체크'하는 게시물을 공식 블로그에 올렸다.
복지부는 "시·도지사가 개인적인 권한으로 특정인을 임의로 추천할 수 없다"면서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동 위원회가 정부 제시 심사기준 등을 토대로 시·도에 배정된 인원의 2~3배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해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공공의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입학하는 의과대학이 아닌 대학 졸업 후 입학하는 대학원"이라며 "입학할 학생은 공공의대에서 서류·자격 심사, 면접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오히려 "시민단체가 왜 의대생 추천을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진보 진영 부모 자녀들이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시민단체·시도지사가 공공의대생을 추천한다는 발상도 황당하고 해명도 황당하다"면서 "시민단체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마음대로 학생 추천권을 행사하나? 복지부에서 저런 행동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인식조차 못한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고, 학생 선발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며 "지금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추천 몫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 아니면 시도지사가 추천을 별도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부분들은 현재 전혀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공의대생 선발에 시민단체가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잠잠해지면 결국 시민단체 등을 통해 불공정한 공공의대생 선발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발표와 관련해서는 친여 성향인 일부 '맘카페'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30~40대 여성들이 민감한 '공정'과 '입시' 이슈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2, 제3의 조국 자녀들이 판치는 세상을 만들어 반칙과 특권이 지배하는 기득권 사회를 만들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권에 바짝 달라붙고, 단체장에 목매어 기생하는 어용 시민단체들을 동원하여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과연 공정하게 인재를 추천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 딸을 넣어 줄 테니 내 아들도 추천해 달라는 추잡한 협잡이 판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라며 "최소한의 추천 자격을 갖추기 위한 가짜 표창장, 허위 인턴 증명서, 나이롱 봉사확인서를 찍어내는 기계가 총동원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판 음서제를 대놓고 제도화하겠다는 정부"라며 "정의와 공정을 무너뜨리고 자기 자식들만을 위한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당장 때려치우길 바란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