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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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앱 하나면 여러 장의 카드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카드를 긁을 필요도 없이 카드앱을 켜서 결제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돈을 낼 수 있다.

결제뿐 아니다. 앱을 켜자마자 내 계좌에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잔액을 늘리기 위해서 넣을 수 있는 금융상품은 뭔지, 돈 아끼려면 뭘 개선해야 하는지도 앞으로는 카드사들이 챙겨준다. ‘마이데이터’ 시대를 앞두고 카드사 간에 펼쳐진 경쟁 덕분이다.

카드사들은 저마다 카드앱(플랫폼)을 갖고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페이판’, 삼성카드는 ‘링크’, KB국민카드는 ‘리브메이트 3.0’,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앱 3.0’ 등이다. 올해 들어서 카드사들은 잇달아 플랫폼에 이런저런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플랫폼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목표다.
이체·자산관리에 주식 투자까지…카드앱 하나면 끝~

토스 뺨치는 자산관리 제공한다

앞으로는 카드사 앱에서 모든 금융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카카오페이나 토스, 뱅크샐러드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보유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하루에 내가 쓴 금액이 얼마인지 등을 앱 하나에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회사 간 자금 이체도 카드사 앱에서 할 수 있다. 다른 금융회사와 핀테크사의 금융상품을 끌어올 수 있는 오픈뱅킹이 허용되면서다.

‘예산을 초과했습니다’ ‘꼭 필요한 지출 외에는 자제하세요’. 카드사 앱에서 종종 뜨는 문구다. 신한카드가 내놓은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지출관리에서는 소비 습관을 분석해준다. 신한카드 신한페이판에 들어있는 신한마이리포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카드로 결제했는데 1원 단위, 10원 단위로 남는 자투리 금액은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다. 0.01주 단위로도 유명 주식을 살 수 있는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서비스를 신한페이판에 끌어들이면서다. 계좌 잔액이 부족한데 경조사가 있거나 중고품 거래를 해야 하면 신용거래 기반 송금서비스인 마이송금을 이용할 수 있다.

전용 아이폰 폰케이스만 끼우면 다음달 말에는 삼성페이처럼 아이폰을 켜자마자 지문만 인색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폰 터치결제’도 신한페이판에 장착한다. 아이폰을 쓰는 다른 카드 사용자뿐 아니라 핀테크사 간편결제 이용자들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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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는 안면인식 결제서비스인 ‘페이스페이’를 출시하면서 앱을 뛰어넘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휴대폰을 켤 필요 없이 먼저 안면인식 등록 키오스크에서 본인확인과 안면인식 절차를 거쳐 얼굴만 갖다 대면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삼성카드는 삼성페이를 활용한 서비스가 돋보인다. 삼성페이에서 삼성카드를 쓰면 누릴 수 있는 부가서비스가 적지 않다. 삼성카드의 맞춤형 혜택 서비스인 ‘링크’는 삼성페이에서 가맹점 혜택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카드 기준이 아니라 가맹점 기준이어서 혜택을 찾아보기 좀더 쉽다. 예컨대 홈플러스에서 결제하려고 할 때 갖고 있는 여러 장의 카드 중 홈플러스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검색 한번으로 찾아볼 수 있다. 조만간 삼성카드 사용자만 누릴 수 있는 해외결제서비스도 추가된다. 해외결제서비스와 함께 삼성페이에 혜택을 집중한 삼성페이 전용카드로 출시하기로 했다.

KB국민카드 앱인 ‘리브메이트 3.0’도 만만치 않은 기능을 자랑한다. 앱을 켜면 130여 개 금융회사의 자산과 거래내역이 뜬다. 소비 분석을 통해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이 추가됐다. 흩어진 금융거래 내역과 소비 데이터를 모아서 기간별 이용현황을 알려주기도 한다. KB국민카드는 KB금융지주 회원들을 대거 끌어들일 계획이다. 대표적인 예가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KB페이다. KB페이는 KB금융지주 회원이면 모두 쓸 수 있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국민은행과 KB증권 등 계열사 개인사업자 자산 정보를 토대로 ‘통합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카드에서도 토스, 뱅크샐러드 같은 수준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최근 카드 사용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어카운트 홈’과 맞춤형 금융상품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현대카드 앱을 대폭 개편하면서다.

개인사업자 대출 돕는 ‘대안 신용평가’ 서비스도

플랫폼에 사용자를 더 끌어들이려고 카드사들이 잇달아 내놓은 부가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KB국민카드는 여행 전문 스타트업인 트립비토즈와 함께 자유여행 플랫폼인 TTBB를 출시했다. 국내외 항공권과 80만 개 이상의 호텔 숙박권, 액티비티 상품 등을 살 수 있는 플랫폼이다.

돈을 빌리기 어려운 개인사업자들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계속 나오고 있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개인사업자 등의 ‘신파일러’를 겨냥한 신용평가 서비스다. 지금은 대출받기 어려운 개인사업자도 신용등급을 다시 평가받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는 기업 신용정보와 매출 실적, 상권 경쟁력, 사업성 정보, 부동산·비금융 대안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마이크레딧’을 시작으로 지난달 비씨카드(비즈크레딧)와 KB국민카드(크레딧트리)가 잇달아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델을 출시했다. 이런 모델을 활용해 개인사업자를 재평가한 결과 저신용자 절반 이상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현대카드도 조만간 개인사업자들이 대출부터 심사, 실행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디지털은 아니지만 이색 상품도 나온다. 우리카드가 지난 14일 내놓은 우카 마이너스론은 일반 카드론과 달리 금융소비자가 실제로 이용한 금액과 기간에만 이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대출 건수도 1건으로 산정돼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다.

롯데카드는 롯데카드 라이프 앱으로 여러 카드 실적을 통합해서 활용할 수 있는 ‘세트 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롯데카드가 최근 출시한 로카카드는 이런 세트 카드 시스템이 도입된 첫 상품이다. 실적 조건 150만원을 채우면 앱에 입력된 로카카드 2종 중 하나만 갖고도 다른 카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