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나오면 팔려…재고 없다"
英 평균 집값 11년만에 최고
中 70개 도시 집값도 큰폭 오름세
주요국에서 통상 7~8월은 여름 휴가철 등이 겹쳐 주택시장 비성수기인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유동성이 주식시장에 이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택 거래량 14년 만에 최다
지난 7월 미국 주택 거래량은 기존 주택과 신규 주택 모두 약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인구조사국은 25일(현지시간) 지난달 신규 주택 거래량 연율 계절조정치가 90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로는 13.9%,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6.3%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존 주택 매매량은 586만 건으로 전월 대비 24.7% 치솟았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주택이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찾기까지 평균 22일 걸렸다”며 “조사한 이후 가장 짧은 기간”이라고 지적했다.거래가 늘면서 집값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미국 기존 주택 중위가격은 전년 대비 8.5% 오른 30만4100만달러를 기록했다. NAR 조사 이래 가장 높다. 신규 주택 중위가격은 전년 대비 7.2% 오른 33만600달러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분위기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에 따르면 캐나다 평균 집값은 지난달 전국적으로 9.4% 올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존 주택은 전월보다 26% 증가한 6만2335건이 손바뀜됐다. CREA는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주택 재고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달 주택 거래 건수가 10년 만에, 집값은 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을 나타냈다. 지난달 집값은 전년 대비 1.7% 올랐다. 대형 주택은 1년 전보다 거래량이 59% 폭증했다.
중국도 주택시장 열기가 뜨겁다. 로이터통신 집계 결과 지난달 중국 주요 70개 도시의 평균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4.8% 올랐다. 지난 6월엔 연간 집값 상승폭이 4.9%였다. 선전 등에선 규제를 피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위장 결혼을 하는 사례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주택시장 불붙여”
‘코로나 불황’에도 주택시장이 달아 오르는 배경으로 △사상 최저 수준인 대출금리 △인플레이션(현금 가치 하락) 우려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주택 업그레이드 수요 △봉쇄 기간 억눌렸던 수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감소 등이 꼽힌다.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이달 초 연 2.88%까지 떨어졌다. 역대 처음으로 연 3% 미만으로 내렸다. 부동산서비스기업 콜드웰뱅커의 라이언 고먼 최고경영자(CEO)는 “주택 수요자들이 저금리를 발판 삼아 이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금리 인하·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인해 화폐 가치는 하락하고 집값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주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 영향도 크다. CNBC는 “각 기업이 재택근무 계획을 늘리자 직주근접 대신 면적이 크거나 야외 공간을 갖춘 집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중개 웹사이트 스트리트이지에선 옥외 공간을 갖춘 주택 검색량이 코로나19 이후 270% 증가했다.
최근 거래량 증가는 지난 4~5월 봉쇄 당시 주택시장에 나서지 못했던 이들이 쏟아져 나온 영향도 있다. 코로나19로 건설현장 가동이 어려워 신규 주택 공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주택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달 주택 공급량이 역대 7월 공급량 중 가장 적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의 주택 거래 속도가 계속될 경우 미국의 신규 주택 재고는 3.1개월가량 버틸 수 있는 정도”라며 “이후엔 공급량이 상당히 부족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