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1장에 400원꼴이에요. 메뉴에서 샐러드는 당분간 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지난 주부터 메뉴에서 샐러드를 없앴다. 긴 장마 끝에 이어진 폭염, 태풍 영향으로 거래하던 농장의 거래선이 끊긴 탓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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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밥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정체에 빠진 외식업체들은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빠졌다. 농가들은 더 불안하다. 수해복구를 마치기도 전에 태풍 예보가 잇따르면서 올해 농사를 완전히 포기한 곳도 속출하고 있다. 태풍 예보가 이어지며 한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金채소…열무김치 사라진 여름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상추 오이 열무 애호박 등 채소값이 1년 전 대비 최대 176% 올랐다. 평년(5년 평균 가격)가격과 대비해도 2배 이상 높다. 배추 도매가격은 26일 기준 10kg당 2만5540원이다. 1년 전(9240원)에 비해 176.4%, 일주일 전과 비교해도 5000원 이상 비싸다. 상추 가격은 장마 피해가 극심했던 전주 대비 약 80% 가격이 내렸지만 1개월 전 대비 20%, 전년 대비 51.2% 높은 가격이다. 이밖에 식탁에 주로 오르는 양파 대파 오이 가격은 전년 대비 각각 100.9%, 67.3%, 106.5% 상승했다.

여름 김치의 주재료인 열무 가격도 20% 이상 오른 탓에 포장김치 국내 1위인 대상 종가집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 정원e샵에서 열무김치 판매를 한시적 중단했다. 대상 관계자는 "산지 침수 피해로 열무 수확이 부진한데 코로나19로 김치 수요는 평소보다 크게 늘면서 한시적으로 자체몰에서의 열무김치류 판매를 중단한다"며 "판매 재개 시점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치를 식당에 제조·납품하는 중소 업체들은 최근 김치 가격을 10~20% 가량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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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 외식업계 "엎친 데 덮쳐"

외식업계는 더 울상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있는데 필수 재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휴업을 고려하는 곳도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한 소고기 전문점에서는 점심 시간대 쌈 채소 제공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손님들이 요청할 때에만 추가 금액 1000원을 받고 서빙하기로 했다. 샐러드 전문점들도 재료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 한 샐러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전국 산지로 공급처를 찾느라 헤매고 있지만 주문 예약만 할 수 있고 당장 배송이 어렵다는 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시세는 올랐지만 산지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수해복구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류 및 수확 인력 확보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농어민을 돕기 위해 잇따라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서울시·농식품부와 손잡고 전국 38개 수해 특별 재난 지역의 농축산물을 싸게 파는 기획전을 내달 13일까지 열기로 했다. 전남 나주 밤고구마, 강원 철원 파프리카, 충남 아산 쌀, 전남 함평 새송이버섯 등 100여 종이다.

홈플러스도 장마 피해를 입은 어가를 돕기 위해 구이용 삼치, 구이용 바닷장어, 붉은 대게살 등 100t의 수산물을 20% 할인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장마에서 코로나19까지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농가 상생과 식탁 물가 안정을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