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북부 나일강 하류에 있는 슈브라 베룰라 마을에서 한 근로자가 갓 수확한 재스민 꽃을 두 손 가득 들고 있다. 새하얀 재스민 꽃에서 매혹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 같다.

재스민은 오늘날 향수의 주원료로 많이 사용된다. 재스민 향기는 긴장을 해소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집트는 인도와 함께 세계 재스민 향수 원료의 95%를 생산한다. 그중 슈브라 베룰라 마을이 속한 나일강 하류의 비옥한 삼각주 지대에서 절반 이상이 나온다. 이집트에선 고대부터 종교적인 목적으로 재스민을 사용했다. 신에게 올리는 제사, 미라의 방부 처리 등에 쓰였다. 이로 인해 이집트에선 재스민 농업과 향을 제조하는 기법이 발전했다.

사진 속 꽃을 든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얼굴을 덮은 마스크 때문에 재스민 향기를 온전하게 맡긴 어려웠을 듯싶다. 향긋한 꽃내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