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전용차로 움직일 때마다 ‘윽, 윽’하고 신음소리를 낸다.”(일본 자민당 관계자)

아베 총리가 28일 두 달여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설명할 계획이다. 총리 관저는 “문제없다”는 설명을 반복하지만 아베 총리가 지병 악화로 기자회견에서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일본 정부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8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언급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공식 기자회견을 여는 건 올 6월 18일 이후 71일 만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예고 없이 도쿄 게이오대병원을 찾은 데 이어 24일에도 같은 병원에서 추가 검사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다.

일본의 주간지인 ‘슈칸분?(週刊文春)’은 이날 총리 주변 인물을 인용해 “아베 총리의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 때인 2007년 9월 궤양성 대장염 악화를 이유로 임기 중 사임한 바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복통과 발열이 나타나고 체중이 감소하며, 약으로 증상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완치는 불가능하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흘러나온 건 6월 말부터다. 슈칸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7월 6일 오전 11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와 만난 직후 집무실에서 구토를 했다. 이후 5시간20분간 총리 일정에 공백이 확인됐다. 평소 일정을 꽉 채워 소화하는 아베 총리에게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슈칸분?은 평가했다. 이튿날인 7일과 8일에도 일정에 3시간 반과 8시간씩의 공백이 있어 이 시간 동안 진료를 받았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평소 5분 전후 걸리던 총리 관저에서 사저까지 이동시간이 30분 이상 걸린다는 증언도 나왔다.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하면서 집권 자민당 내에선 양원(참의원·중의원) 총회를 통해 새로운 총재를 선출하는 대안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슈칸분?은 보도했다. 자민당 내규에 따르면 당 총재가 임기 중 사퇴하면 참의원과 중의원, 당원이 모두 참여하는 투표로 새 총재를 선출하지만 긴급상황에서는 양원 총회만으로 후임자를 뽑을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 말까지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긴급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어 양원 총회만으로 신임 총재를 선출할 경우 대중적인 인기는 높지만 당내 세력이 약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후임에 뽑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급부상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관광 활성화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을 밀어붙이면서 인지도가 올랐다.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말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기존 경제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후임 총리는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틀을 계승하면서도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경제대책으로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67조5000억엔(약 754조원)의 재정적자를 냈다.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더 이상 듣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아베노믹스’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