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작가 옌롄커 장편소설 '레닌의 키스'

'레닌의 키스'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해마다 거론되는 중국 반체제 작가 옌롄커(閻連科)가 2003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제3회 라오서문학상, 일본 트위터국제문학상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여러 언론과 평단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중국어 원제는 고통 속 즐거움을 뜻하는 '서우훠(受活)'지만, 서방 국가에 번역돼 소개될 때 '레닌의 키스'란 제목이 붙었다.

옌롄커는 이 소설을 펴내고 27여년간 입었던 군복을 벗어야 했다는 후문이다.

몸에 조금씩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우훠'라는 마을을 무대로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역사가 소수 특권층의 약탈로 다수 민중을 고통과 비참한 삶으로 몰아넣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랜 시간 농사를 지으며 조용한 유토피아를 일궈온 서우훠 마을은 중국 공산당이 집단주의 노동을 강요하면서 피폐해진다.

사회주의의 검은 그림자가 엄습한 이후 사람들의 삶은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사회주의가 약탈한 마을 사람들의 존엄과 행복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마오즈 할머니는 열성적인 혁명 역군이었지만, 마오쩌둥의 폭정 속에 대약진운동, 대기근,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며 피폐해지는 마을을 지켜보면서 분노 속에 반혁명주의자로 전향한다.

이 마을을 지도하고자 온 류현장은 장애인들을 이용해 묘기를 부리는 공연을 열어 그 수입으로 레닌의 유해를 사 오겠다는 황당한 야욕을 부린다.

그는 고아 출신이었지만 철저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 성장해 사회주의 독재 권력의 생리를 꿰뚫고 관리가 된 인물이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의 궤적과 행보를 대비시키며 사회주의 혁명이 초래했던 피와 눈물로 점철된 중국 현대사를 통찰한다.

사회주의 혁명의 광기가 사라지고 개혁 개방이 시작된 이후엔 물질주의가 다시 서우훠 마을을 약탈한다.

서구 자본주의는 종교 혁명을 통해 싹 튼, '부를 추구할 자유'라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서구 민주주의의 정신적 유산을 배제한 채 자본만 받아들인 중국 공산당의 괴이한 변신은 서우훠 마을을 괴롭히던 괴물의 자리를 '혁명' 대신 '물질 만능주의'로 대체할 뿐이었다.

옌롄커는 당시 이 소설에서 새로운 형식 실험을 했다.

각 장에 매기는 숫자에서 짝수를 빼고 홀수만 썼다.

중국에서 홀수는 불길함을 상징하므로, 이런 형식은 소설의 결말이 해피 엔딩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을 암시한다.

도서출판 문학동네가 이 소설을 김태성의 번역으로 최근 국내에 소개했다.

옌렌커는 위화, 모옌과 더불어 중국 현역 3대 문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서', '작렬지', '딩씨 마을의 꿈' 등 다수 작품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금서로 지정될 만큼 문제 작가로 불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