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 시행 전 서둘러 약속 잡기…전문가들 "있는 약속도 취소해야"
'거리두기 2.5단계' 발표에 일부에선 "주말까지 불사르자"
정부가 30일부터 수도권에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2.5 단계) 조치를 시행한다고 28일 발표하자 일부에서는 그간 미뤄왔던 약속이나 계획을 주말까지 실행하겠다는 반응을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지인과 만나 음식점에서 밥을 먹거나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행위는 방역 관점에서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모(27)씨는 "오늘 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일요일부터 도입된다는 말에 안도감을 느낀 게 사실"이라며 "친구들끼리 8일 동안 마실 술을 오늘 몰아서 마시자고 하며 전투 의지를 불살랐다"고 말했다.

양천구에 사는 김모(27)씨도 "2.5단계로 올라간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그러니까 일단 토요일까지 마음대로 술 먹을 수 있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는 미루지 않고 이틀 동안 만날 사람을 빨리 만나겠다"고 밝혔다.

연인과 당분간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말 데이트를 계획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민 박모(26)씨는 "2.5단계가 되면 데이트도 제대로 못 하겠다는 생각에 토요일에 맘껏 한강에서 야외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고 했다.

그간 미룬 영화감상 등 문화생활이나 운동을 하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 중구에 직장을 둔 이모(26)씨는 "코로나19 상황에 몇 달 간 영화관 가는 걸 자제해 왔다"며 "격상 소식을 듣고 어차피 당분간 상황이 악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관이 문 닫기 전 내일 밤 최근 개봉한 영화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회 이상 헬스장에 간다는 맹모(24)씨는 "친구들이 가지 말라고는 했는데 마지막으로 주말에 헬스장에서 시원하게 운동을 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강화된 방역 조치를 앞두고 시민들이 보이는 이런 반응이 '심리적 저항'이라며 감염 위험이 큰 행위라고 우려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음식점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하거나 헬스장에서 운동하면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새에 불특정 다수에게 비말을 노출할 수 있다"며 "지금은 있는 약속도 취소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적 저항의 일종"이라며 "올해 초부터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사람들이 자율성에 대한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지쳐 청개구리처럼 반대급부 행동을 하는 것이라 본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 수도권에서는 야간에 음식점에서 포장과 배달 주문만 할 수 있고 프랜차이즈형 카페 매장의 경우 시간대와 상관없이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헬스장,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아예 운영이 중단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