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변호사가 개인 웹사이트나 SNS에서 ‘변호사’라는 호칭을 사용해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화제다. 그간 변호사업계에서는 한국 변호사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외국법자문사’로 등록된 외국변호사만 ‘변호사’라는 호칭을 쓸 수 있었다.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는 이례적으로 판결문에서 “변호사 명칭 제한에 관한 변호사법이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 변호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데 외국법자문사 혹은 국내 변호사 자격은 취득하지 않았다. 2019년 2월 A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한 포럼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글 말미에 ‘#000변호사’라고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변호사법 제112조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변호사나 법률사무소를 표기하며 법률 상담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영리적 이익을 얻기 위해 남을 속이며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도 아닐뿐더러 해당 법 규정이 외국변호사들과 교류가 잦은 시대상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는 해당 사이트에 본인이 미국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실을 상세히 기재하고 있다”며 “변호사법은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나 국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않은 경우 대외적 명칭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 각주에 “해당 변호사법 규정은 약 50년 전 만들어졌다”며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정보의 접근이 자유로운 현재는 이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 개개인의 스타일에 따라 판결에 대한 해석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상급심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SNS에 이름을 적은 것만으로 큰 혼동이 올 것 같진 않다”면서도 “대형 로펌은 과거 외국법자문사법이 통과될 무렵에 호칭 문제를 한 번 정리했지만 서초동의 개인 변호사들은 조금 더 민감하게 볼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변호사는 “대형 로펌 변호사 중 15~20%는 외국변호사”라며 “해당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고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털어놓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