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달리는 수소전기자동차가 7000대를 넘어섰다. 추세대로라면 연말이면 1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 수소차가 마음 놓고 달리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도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소차 등록대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7682대로, 작년 6월(2353대) 대비 226% 급증하면서 보급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시판되는 유일한 수소차인 현대자동차의 넥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별로는 차이가 크다. 울산시(1530대), 경기도(1103대), 서울시(1095대) 등은 수소차가 1000대를 훌쩍 넘어선 반면, 제주도는 달랑 한 대에 불과하다. 제주도가 특히 '청정'을 내세우는 지역임을 감안하면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제주도에 유일하게 등록된 수소차도 실제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차는 제주도청이 지난해 말 사업용으로 시범 구입한 것으로, 현재 멈춰 있다. 제주도엔 수소차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는 제주도에 수소충전소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총 30여곳으로, 수요에 비해 부족하지만 제주도엔 아예 한 곳도 없다. 연내 설치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제주도민은 도청에 꾸준히 수소충전소 설치를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도 관계자는 "그동안 전기차 보급에 역점을 뒀기 때문에 수소차는 계획이 없었다"며 "전기차 보급 정책과의 관계 등을 따져보고 실증을 거쳐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 제주도에 전기차는 1만9700여대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소차와 전기차를 구분해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수소경제 선도국가를 목표로 2030년까지 수소차 85만대, 수소충전소 660기를 확충할 계획이다. 향후 수소경제 시대에 제주도만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