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P
사진 AP
블랙록, 뱅가드, 크레딧스위스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중국 본토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움직임을 기회로 중국 부유층과 중산층 대상 자산운용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크레딧스위스 "중국 직원·매출 두배 늘릴 것"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 투자은행(IB)인 크레딧스위스의 헬먼 시토행 아시아부문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내에 중국 본토 내 직원 수와 매출을 각각 두 배로 늘리는게 목표”라며 “중국에 전세계 각국 중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딧스위스는 작년 말 기준 중국에 직원 154명을 두고 있다. 대출·자금조달을 비롯해 자산운용 서비스를 한다. 증원한 직원 대부분은 개인 자산운용 부문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크레딧스위스가 세계 각국에 걸쳐 직원 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한 것과는 정반대 조치다. 시토행 CEO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우선한다”며 “역내 직원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레딧스위스는 향후 3년간 영업이익에서 ‘슈퍼리치(초고액자산가)’ 자산운용 비중을 두 배로 늘리는게 목표”라며 “중국은 백만장자 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인 만큼 중국 시장에서 발을 넓히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1·2위 자산운용사도 '중국 집중'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중국 본토에서 100% 외국 기업 소유인 뮤추얼펀드 운용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고 보도했다. 외국 기업이 승인받은 최초 사례다. CSRC에 따르면 새 뮤추얼펀드 기업은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뮤추얼펀드 운용·판매, 개인자산 운용 등을 할 예정이다. 자본금은 3억위안(약 520억원)으로 등록됐다.

블랙록은 지난 22일엔 합작기업 형태로 중국 본토 자산운용업 진출 승인을 받았다.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중국건설은행,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홀딩스와 합작한다.

지난 26일엔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이 홍콩 대신 중국 상하이로 아시아 본사를 옮기고 중국 시장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홍콩 사업은 아예 철수한다. 뱅가드는 작년 12월엔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과 함께 개인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합작 자문벤처 출범 계획을 밝혔다.
中, '5경원' 규모 금융시장 개방

각 금융사는 중국 당국이 올들어 금융시장 문을 열자 중국 진출 속도를 붙이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45조달러(5경3415조원) 규모 금융시장을 개방한다. 이전까지는 중국 당국이 외국자본 지분을 제한해 글로벌 금융사들이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회사를 통해서만 중국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

중국은 지난 1월 외국인 소유 선물·보험기업 영업을 허용했고, 지난 4월엔 외국인이 100% 소유한 자산운용사 설립을 허용했다. 오는 12월부터는 외국인 100% 소유 증권사를 중국 본토에 세울 수 있게 된다. 외국계 IB의 중국 본토 내 주식 중개도 허용한다. 지난 1월 체결된 미국과 중국간 1단계 무역합의에도 중국 금융시장 개방을 늘린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요구 외에도 얻는게 있다. 금융시장을 개방하면 중국에 해외 자본이 더 많이 들어와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 상하이를 아시아 금융 허브로 키울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는 지난 23일 홍콩 금융시장을 지속 지원하고, 중국 금융시장은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외신들은 중국이 홍콩을 해외 자본의 중국행 발판으로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리치·중산층 증가세…"시장 확대"

중국은 자산운용 수요가 높은 초고액 자산가와 중산층이 꾸준히 늘고 있는 시장이라는 점도 각 금융사가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다. 기관 투자자 중심인 홍콩보다 자산가를 비롯한 개인 투자자가 많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게 미래 성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중국 자산운용시장 규모는 작년 16조2000억달러(약 1경9230조원)에서 2023년 30조달러(약 3경56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앞서 “미국과의 긴장관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확실성 등을 모두 고려해도 중국은 여전히 성장성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특히 상하이에 꾸준히 글로벌 투자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